믿기 힘든 현실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국민을 앞에 두고 당장 결론이 나지 않을 게 뻔한 논쟁을 이어가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더구나 여야가 의견 차이 정도를 넘어 아예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먼저 논란에 불을 지핀 미래통합당은 한강ㆍ영산강ㆍ금강ㆍ낙동강 등 4대강은 홍수 피해가 크게 줄었는데 섬진강은 사업에서 빠져 큰 물난리가 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홍수 예방에 거의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낸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터무니없는 예단과 과장까지 난무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안 했으면 나라의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 "자신 있으면 4대강 보를 파괴해보라"는 등의 험한 말까지 나왔다. 소모적인 논쟁이 10여년째 이어지는 데에는 관련 국가기관들의 미덥지 못한 행태도 한몫했다. 국가의 최고 감사기관이라는 감사원만 해도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까지 모두 네 차례 감사를 벌였는데 마지막 감사의 결론은 첫 번째와 180도 뒤집어졌다. 여기에 환경단체와 4대강 주변 농민들의 말이 다르고, 전문가들의 분석까지 제각각이니 더욱 혼란스럽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ㆍ분석할 기회"라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물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시의적절한 지시로 보인다. 관련 정부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이 곧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야당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임 정부를 탓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렸으나 지레짐작으로 무작정 반발할 일은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정말 홍수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도 국민 대다수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이고 권위 있는 결론을 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과거 4대강 사업이 논의될 당시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의 부재를 한탄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전문가들이 완전한 합의는 아니더라도 일정 범위의 공감대를 도출해냄으로써 국민과 정치권에 판단의 토대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 집단이 신뢰받지 못하면 가치 판단의 기준이 사라지고, 사회적 비용은 커지게 마련이다. 조사단에 합류할 민간 전문가 인선에도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하며, 조사에 나서는 전문가들 자신도 학자적 양심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정쟁의 소재로서 4대강 사업의 효능을 영구히 무력화하고, 후세에도 부끄럽지 않은 '과학적' 결론이 나와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