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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판사도 갈빗집 냄새에 홀려 소주한잔…'혼밥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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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혼밥 판사 (사진=창비 제공) 2020.08.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오랜 시간 판사로 일하던 방위사업청 공무원이 판사 시절 경험한, 판결문에 미처 담지 못한 세상만사가 펼쳐진다.

판사는 음식 앞에서도 감성보다는 합리적 판단이 앞설 것 같지만 저자의 혼밥 시간을 들여다보면 이 생각이 편견임을 확인하게 된다. 건강을 위해 라면을 끊겠다는 결심은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길을 걷다 풍겨오는 냄새에 홀린 듯 갈빗집으로 들어가 소주 한잔을 곁들여 돼지갈비를 뜯는다.

저자에게 식사 시간은 회복의 순간이다. 재판은 언제나 상처로 시작해서 상처로 끝난다.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의 상처에 비할 수야 없겠지만 그 사연을 듣고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도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바라보며 회의에 빠지고 상처를 입곤 한다. 저자는 그럴 때마다 혼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울적함도 녹아내리고, 허한 마음도 채워진다.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일상에서 친숙한 음식들을 매개로 하여 소개된다. 1~2장에서 소개되는 사건과 사람들은 신문 사회면에 더 어울린다. 군대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 부부싸움으로 일어난 상해·치사 사건, 강도상해죄를 저지른 사람 등 공소장과 판결문에 적힌 내용만 놓고 보면 선뜻 이해도, 용서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저자는 판사로서 법리적 해석과 객관적 판단 기준을 통해 그들의 죄에 합당한 판결과 분쟁에 대한 합의 사항을 선고하는 동시에, 자연인으로서 그 사건에 얽힌 여러 상황과 사정을 마주하며 사건 뒤의 사람을 보려고 애쓴다.

3~4장은 법정 밖 세상에서 저자가 마주한 사람과 경험이 주로 소개된다. 특급 호텔 총괄 셰프를 만나 판사와 셰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보고, 여행을 떠나 먹었던 두부 맛도 떠올려 본다. 지인의 결혼식에 가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잔칫상의 모습을 떠올리며 여유와 사랑이 메말라가는 지금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기도 한다. 정재민 지음, 232쪽, 창비, 1만5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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