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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On Stage] "내게 '브로드웨이 42번가' 페기 役은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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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42번가' 페기役 김환희, 대극장 뮤지컬 첫 주연

"환희로도 페기로도 설레…떠나보내기 싫어 벌써 아쉬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엄마 나 됐어. 대극장 뮤지컬 주인공 됐어."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여주인공 페기 소여가 극중 공연 '프리티 레이디'의 여주인공에 뽑힌 뒤 엄마에게 전화하는 장면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페기 소여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김환희가 오디션에 최종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1월. 김환희는 예술의전당 입구 시계탑 앞에서 주변 사람들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내 세상이었다. 오직 나와 합격이라고 말해준 전화기 너머 그 분 뿐이었다. 환희씨, 네, 페기 소여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눈이 부을 정도로 울었다." 김환희는 실컷 운 뒤 가장 먼저 엄마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다. 당시 그는 뮤지컬 '빅 피쉬'를 공연하러 가던 중이었다. "눈 마사지하고 공연했다. 공연 중에도 계속 흥분하지 말자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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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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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은 뮤지컬이다. 주인공 페기 소여는 뮤지컬 댄서가 꿈인 시골 소녀. 꿈을 좇아 무작정 뉴욕 브로드웨이로 입성한 페기 소여는 우여곡절 끝에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스타가 된다.


김환희도 처음으로 대극장 뮤지컬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에서 페기 소여와 비슷한 면이 있다. "2막 초반에 페기 소여가 첫 연습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이상하게 신난다. 페기 소여가 주연을 맡았다는 기분으로 신나게 연습하는데 그 설레임이 내가 처음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시작할 때 마음이랑 너무 비슷할 것 같다. 김환희로서도, 페기 소여로서도 설레고 신나는 장면이다."


극중 페기 소여는 '프리티 레이디'의 원래 주인공인 도로시 브룩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대신 무대에 오른다. 공연이 불과 36시간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에 페기 소여는 잠도 못 자고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김환희도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탭댄스를 배우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했다. "1월 말부터 권오환 안무감독님의 작업실에서 1주 5~6일씩 날마다 4시간 이상 연습했다."


김환희의 연습량은 무대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종일관 탭댄스를 추면서도 페기 소여의 즐겁고 행복한 표정은 잃지 않는다. 개막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을 때 아킬레스건 염증을 겪기도 했다. "구두를 못 신을 정도였다. 매일 병원에 갔다.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준비하면서 가장 우울한 시기였다. 탭댄스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겪는 고통이다. 아픔을 공유해서인지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들과 유독 끈끈함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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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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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극장 뮤지컬 주인공을 맡은만큼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김환희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너무 소중하다. 가만히 있다가도 생각하면 너무 애틋한 마음이 든다. 31살 인생에서 너무 큰 추억이 될 것 같다. 큰 공부를 했고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김환희는 "요즘 기분이 묘하다. 대극장 공연이고, 주연의 자리라는 부담감이 공연의 절반을 넘기면서 생기더라.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떠나보내기 싫은 아쉬움에 생기는 두려움 같다"고 덧붙였다.


김환희는 오는 21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하는 '킹키부츠'에도 출연한다. 그는 자신이 맡은 로렌이라는 인물이 왈가닥이라며 빅 피쉬에서 차분했던 조세핀,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쾌활한 페기 소여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빅 피쉬'부터 김환희가 처음으로 앙상블이 아닌 '조세핀'이라는 이름이 있는 역할을 맡은 작품이었다. '빅 피쉬'부터 '킹키부츠'까지 세 작품 연속으로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셈. 그는 "소극장 무대는 대극장 무대와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며 "대극장과 소극장 무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배우로서 안정감은 좀 더 생겼는데 배우는 결국 노력하는만큼 되는 것이다.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 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긴다. 안주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안주하고 싶다고 해서 안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5~6년 전만 해도 노래 하면서 돈 벌고 싶다가 꿈이었는데 나는 그 꿈을 이뤘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배우를 하고 싶다. 아주 높은 꿈이 아니라 지금보다 그저 한 단계 더 높은 꿈을 향해 노력하겠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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