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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성소수자 연극·뮤지컬…퀴어극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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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성소수자들을 다룬 뮤지컬 `렌트`(왼쪽)와 `제이미`. [사진 제공 = 신시컴퍼니 /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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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밀한 시선을 주고받은 두 남자가 진하게 입을 맞춘다. 밀어를 속삭이더니 서로의 엉덩이를 토닥여준 그들은 침대에 누워 무대 뒤로 사라진다.

기겁하지 마시라. 코로나19 불황에도 객석을 매진시키는 인기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의 동성애 장면이다.

베어 더 뮤지컬은 남성 연인과의 교제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주인공 '피터'와 피터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잃을까 두려워 숨기려는 '제이슨'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공연 때마다 인기를 끌어 올해가 벌써 네 번째 무대다. 오는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상연한다.

'퀴어극 전성시대'다. 퀴어극은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게이(남성 동성애자)·드래그퀸(과장된 차림의 여장남자) 등 성소수자들을 소재로 삼은 극들을 가리킨다.

2000년 뮤지컬 '렌트' 초연을 시작으로 꾸준히 있어 왔지만 특히 최근에 흥행하고 있다. 2011년 공연 후 9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는 렌트를 비롯해 뮤지컬 '제이미' '펀홈' '베어 더 뮤지컬'과 연극 '어나더 컨트리' '와이프' 등 현재 공연 중이거나 공연 예정인 퀴어극만 6개에 달한다.

인기도 상당하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렸던 '와이프'는 공연 티켓 오픈 3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고, 그 기세를 오는 2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이어나간다. 와이프는 1959년·1988년·2020년·2042년의 게이와 레즈비언 등을 보여주며 성소수자들에 대한 시대 인식을 비추고 이에 질문하는 작품이다.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여러 번 공연하는 작품도 많다. '렌트'(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는 올해가 8번째다. '어나더 컨트리'(23일까지·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도 지난해 초연해 호평을 받은 덕에 이번에도 무대를 이어간다. 렌트에서는 에이즈 환자이자 동성애자인 '엔젤'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어나더 컨트리에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동성애자 '가이 베넷'이 주인공이다.

국내 초연하는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오는 9월 12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제이미'와 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상연하는 '펀홈'이다. 제이미는 남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드래그퀸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소년 '제이미'를 그린 작품이다. 15세에 커밍아웃하고 17세에 드래그퀸이 된 영국 소년 제이미 캠벨의 실화가 모티프다. 펀홈은 레즈비언 작가인 주인공 '앨리슨 벡델'이 사회적 시선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게이 아빠 브루스 벡델을 이해하는 과정을 다뤘다.

흥행을 이끈 건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음'으로 답한 비율은 2013년 62.1%에 달했지만 2018년 49.0%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퀴어극들은 옛날엔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만 소비됐지만 시대적으로 다양성이 강조되며 이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도 많이 사라진 추세"라고 진단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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