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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 완료 전에도 아동양육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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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미혼부 가족 지원 확대 방안 발표
출생신고 안한 미혼부 자녀 건강보험 제한 적용 폐지

한국일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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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A씨는 서울에서 38개월짜리 아들을 홀로 키우는 아빠다. 아이는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못했다. 아이 엄마와 연락이 끊겨 출생신고를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아동수당 및 보육료, 양육수당, 한부모 가족에게 주는 아동양육비 지원 등 어느 하나 지원을 받지 못한다. 건강보험이 없는 아이가 아플 땐 병원비 걱정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게 다반사다.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셔 기댈 가족도 없는 A씨는 4년 가까이 ‘우리 사회엔 보이지 않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

정부가 A씨와 같은 미혼부와 법적 미비로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했다.

12일 정부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미혼부 가구에 자녀의 출생신고 전에도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를 지원하고, 12개월까지만 보장하던 건강보험을 지속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미혼부 가족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 상 아이의 출생신고 의무자는 어머니다. 하지만 연락이 끊긴 아이 엄마로 인해 미혼부 자녀의 경우에는 출생신고 자체가 쉽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엄마의 협조가 없어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관련법이 2015년 개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완료까지 3~12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실제 법 개정 이후 미혼부에 의한 출생신고 신청건수는 588건이며 인용건수는 441건에 그쳤다. 4명 중 1명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출생신고가 완료되기 전까지 아이와 아버지에 대한 지원은 없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이런 맹점을 감안, 정부는 앞으로 미혼부가 자녀 출생신고 완료 이전에도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정법원에 제출한 친생자 출생신고 확인신청서(소장사본)나 유전자 검사결과,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 등을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신청한 시점까지 소급해 저소득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중위소득 52% 이하 가구에 월 20만원)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출생신고 전 12개월까지만 적용됐던 자녀의 건강보험도 출생신고 신청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미혼부 지원에 한발 더 나아간 셈이지만, 해결까지는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혼부 지원단체인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의 품’ 김지환 대표는 “가정법원으로 가기 전까지 아무도 아이들을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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