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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연합시론] 집단휴진 강행하겠다는 의협…당국은 진료공백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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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집단휴진을 이틀 앞둔 의료계에 '보건의료발전 협의체'를 만들어 의료계 요구사항을 논의하자고 12일 다시 제안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제안을 거부하고 예정된 집단 휴진을 강행키로 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발하며 지난 7일 인턴, 레지던트로 구성된 전공의들이 전면 휴진한 데 이어 14일에는 개원의를 중심으로 하는 의사협회가 집단휴진을 예고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협의체 안에 지역의료 격차 해소 분과를 구성해 지역 의사의 적정배치, 지역 가산 수가, 지역 우수병원 추진, 지역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 등 현안을 논의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협의 집단휴진 강행으로 동네 의원은 물론 일부 병원급 의료기관의 상당한 진료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당국은 의료공백 최소화에 매진해주길 바란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의 정책 목표는 의료 인력의 절대적인 수급 불균형과 지역 간 의료 격차의 해소, 공공의료 서비스 강화에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턱없이 적다.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이 3.4명인데 우리는 2.3명에 불과하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의료시설이 서울 등 대도시에 집중된 나머지 시골 지역은 아예 의사가 없는 곳도 많다. 서울 종로구에는 1천명당 의사가 16명인데 강원도 18개 시·군·구 가운데 9개 지역에는 1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의료 인력이 모자라 생명권이나 건강권을 위해 누구나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필수 의료서비스마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선호되지 않는 감염내과 등 특수·전문 분야 인력의 양성 필요성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정책 방향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정책의 골자는 한해에 400명씩 10년에 걸쳐 4천명의 의사를 추가 확보한 뒤에는 원래 정원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늘어난 정원 400명 가운데 300명은 정책의 취지대로 의사가 모자라는 지역에서 근무할 '지역 의사'로 양성된다. 50명은 감염내과·소아외과·역학조사 전문의로 할당되고 나머지 50명은 제약·의료기기 등 미래산업을 이끌 의과학자로 육성된다고 한다.

의료계의 생각은 다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추세와 OECD 평균보다 높은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의사 수가 모자란다는 정책의 전제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낮은 의료수가를 개선하면 지역의료 문제나 특수·전문 분야 의사 과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의 집단 휴진 강행 방침에 따라 대부분의 동네 의원이 문을 닫고 최상급·상급병원 등의 일부 의료진이 파업에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 인력은 휴진 대상에서 제외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의료계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의료계 집단 휴진이 가시화된 만큼 정부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한병원협회 등 병원 단체들이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긴급상황실을 운영해 혹시라도 있을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의료계가 집단 휴진을 한다고 본질적인 쟁점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정부와 의료계는 차후에라도 의대 정원 확대나 의료수가의 개선 등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논의의 중심에는 '밥그릇'이나 정치가 아닌 국민이 자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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