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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대한항공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강행 막아달라”… 권익위에 의견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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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기존 특별계획구역 결정 뒤엎고 문화공원 조성 추진”

“권익위가 검토 중인 가운데 서울시 강행 추진”

대한항공, 시장가격 못 미치는 보상 가능성↑

송현동 부지 연내 매각 무산 전망

동아일보

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송현동 부지에 대한 공원화 강행을 막아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한항공은 12일 해당 내용과 관련해 서울시의 일방적 도시계획결정절차를 보류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권익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화 문제점 등에 대한 권익위에서 조사와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일방적으로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일원을 문화공원화 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병경안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해 처리를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이 권익위에 의견서를 내기로 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경영 위기 속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 연내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기존 특별계획구역 결정을 뒤엎고 문화공원 지정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연내 매각 계획이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과시킬 경우 강제 수용절차를 통해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겠다는 의사를 확정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원 부지로 확정될 경우 사업성과 활용도가 제한돼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부지 매입 수요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가 이달 말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할 것으로 알려진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은 기존에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결정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문화공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010년 1월 송현동 부지를 ‘미대사관직원숙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용도나 높이 등을 완화하는 등 송현동 부지 개발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특별계획구역은 ‘특별한 건축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복합적 개발이 필요’하거나 ‘우수설계안을 반영해 현상설계’를 하는 경우에 지정된다. 부지 규모가 큰 곳에서 대규모로 복합적인 개발을 하는 곳을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쇼핑단지나 전시장, 터미널 등을 비롯해 초고층 주상복합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된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코엑스, 롯데월드 등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된 사례로 꼽힌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가 일방적인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해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기존 결정을 변경해 급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청사진 없이 부지 용도를 변경해 개발 소요 시간도 길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경우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사업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이 경우 관계법령상 송현동 부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아야 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공익성 인정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의 내용을 보면 서울시는 문화공원 조성에 대한 청사진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구상해 실시계획인가를 받기까지 수 년 이상 걸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가 급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워 강제 수용에 나설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며 “여기에 강제 수용이 이뤄지면 수용재결과 이의재결, 소송 등 절차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한항공이 보상금을 확정해 지급받기까지 후속절차에만 몇 년이 소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은 이로 인해 서울시의 이번 강행처리 의사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통과되면 강제 수용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일 뿐 아니라 수용 절차로 이어지면 송현동 부지의 정당한 가치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강제 수용 절차에 들어가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이뤄지더라도 송현동 부지처럼 규모가 큰 필지의 경우 가치를 비교하기 위한 거래사레나 적정단가를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상 서울시는 시장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대한항공은 유동성 확보가 제한받게 되는 것이다.

강제 수용 절차로 이어지더라도 서울시가 연내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지구단위계획변경안 통과 이후 다른 민간 매수의향자들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대한항공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권익위에 의견서를 요청하면서 도움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다각적인 이유와 다급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권익위가 문화공원 지정 절차의 위법성과 관련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을 강행하는 것은 권익위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절차를 강행하지 않도록 잠정적인 조치라도 취해줄 것을 권익위에 요청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로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 원 규모 긴급자금을 수혈 받았다. 자구책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유휴자산 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 선정 및 매수의향자 모집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및 강제 수용 의지를 표명하면서 매각절차가 흐지부지됐다. 지난 6월 대한항공은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신청했고 문화공원 지정 위법성과 연내 매각 필요성 등에 대해 권익위에 의견을 제출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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