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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쓰레기산 골치 앓는데…김천·김포 등은 `폐기물 발전소 금지`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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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목잡힌 SRF 발전소 (上) ◆

매일경제

경북 김천 농공단지 인근에 조성될 예정인 폐자원 에너지화 시설인 SRF 시설 건립 용지가 기반 조성 공사만 끝낸 채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1년째 공사가 중단돼 있다. [사진 제공 =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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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설 기업인 창신이앤이는 경북 김천 농공단지 인근에 고형폐기물연료(SRF) 사용 시설을 짓기 위해 용지 조성 공사를 끝냈지만 1년째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 인허가를 맡고 있는 김천시가 공사를 불허해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 업체는 이전 사업자가 발전소를 건립하기 위한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사업장을 인수했지만 김천시의회가 주민 반대를 이유로 개발 제한 조례까지 제정하며 공사를 막았다. 이 업체는 총사업비 1050억원을 투자해 SRF 사용 시설을 짓고 김천 일반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열과 스팀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시설 허가까지 내준 공사를 불허해 사업자와 시공사가 막대한 금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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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지자체와 에너지 시설 업계에 따르면 폐비닐·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폐기물을 연소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SRF 사용 시설이 지역 주민 등의 반대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법 폐기된 쓰레기산들과 긴 장마로 강과 호수에 쓰레기가 밀려들어 지자체마다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SRF 시설 건립이 늦어지면서 폐기물 처리 대란마저 벌어질 조짐이다.

고형연료 사용은 단순 소각 방식으로 발생하는 오염물질량보다 현저히 양이 적고 기존 단순 소각으로 처리하던 가연성 폐기물보다 1.5배나 높은 에너지로 회수할 수 있다. 또 매립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형연료를 연소하는 SRF 시설은 유럽 등에서는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SRF 사용 시설은 2017년 최대 152곳에 달했지만 2018년 148곳으로 4곳이 줄었다. SRF 시설이 줄어든 것은 수익성 악화와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해서다. 이마저도 1㎿ 이상의 대형 발전용량을 갖춘 SRF 시설은 전국 20여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소형 시설로 운영 중이다. 반면 국내 폐기물 하루 평균 발생량은 2013년 39만3116t에서 2018년 44만6102t으로 4년 동안 13% 늘었다. 정부는 폐합성수지 등을 지속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배달 음식과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플라스틱·비닐 등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가연성 폐기물 처리 문제는 화두가 되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SRF 시설 건립은 발목이 잡힌 상태다. 주민 반대로 SRF 시설 건립이 중단된 곳은 전국에 10곳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원 원주에 들어설 예정이던 SRF 시설도 주민 반발로 10년째 사업이 중단돼 있다. 이 사업은 원주시가 문막읍 궁촌리 일대에 추진했던 화훼관광단지의 열 공급 시설로 2011년 말부터 추진돼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전 허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전국 쓰레기를 수집해 와서 태우는 것이 SRF 발전소"라며 "원주시가 화훼관광단지라는 개발 논리로 환경문제를 덮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반대 여론이 들끓자 결국 원주시도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사업자 측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관련 업계는 'SRF 발전소=오염물질 배출'이라는 공식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실제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SRF 사용 시설 10곳을 임의 선정해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측정된 다이옥신 농도를 분석한 결과, 대형 시설 3곳은 모두 배출 허용 기준 이하(0.1 이하)를 기록했다. 소형 시설 7곳 중 2곳만 완화된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부 소규모 시설에서만 문제가 지적됐다. 특히 대형 SRF 시설은 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엄격한 유럽연합(EU)의 허용 기준도 충족했고, 석탄화력발전소보다도 오염물질 배출 수준이 양호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김천시의회처럼 일부 지방의회는 주민 반대에 편승해 SRF 시설 허가를 막기 위한 조례까지 제정하며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 처리 사업계획서가 제출되면 허가권자(지자체 단체장)는 허가 요건이 충족되면 허가해야 한다. 하지만 허가를 막기 위해 지방의회가 나서 조례를 제정해 건립을 막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도 이런 조례를 만들어 폐기물 처리 허가를 제한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조례 등을 폐지하도록 협조해달라며 지난해 말 각 지자체에 공문까지 발송했다. 이 같은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들은 김천시를 비롯해 나주 김포 안양 청주 용인 연천 등 7곳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상 위임 근거 없이 지자체가 폐기물처리업 허가제한 조례 등을 제정·시행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밝혔다.

[우성덕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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