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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통합당 `좌클릭`에…갈곳 잃은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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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민의당이 당 정체성 고민에 빠졌다. 미래통합당이 중도·호남 표심 끌어안기에 열을 올리면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좀처럼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중도·실용'을 앞세운 국민의당인 만큼 통합당이 외연을 확장하는 행보가 중도층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에 '지지율 누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한 8월 1주 차 정당 지지율 집계(전국 성인 252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2.6%를 기록해 3.6%를 기록한 전주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당은 통합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공동 제출하는 등 7월 임시국회 당시 여당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거는 데 궤를 같이하면서 7월 3주 차에는 전주 2.9%에서 4.4%로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8·4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 심리가 통합당으로 몰리면서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지지율 누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본회의 불참, 장외투쟁 등 강경투쟁 일변도였던 20대 국회와는 달리 통합당이 윤희숙 의원 연설과 같은 '참여형 원내투쟁'을 벌인 것도 실용을 중시해온 국민의당으로서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통합당 중도층 지지율이 33.7%에서 37.4%로 3.7%포인트 상승한 데 비해 국민의당 중도층 지지율은 6%에서 3.2%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최근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주요 현안마다 내놓는 메시지가 비슷해 포지션이 겹치게 된 것 역시 상황 변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오히려 최근 들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부·여당 공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도 정당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 관련 메시지가 나온 지난달 20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부동산 정책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분명하지 않다"면서 "국민이 누구 말을 듣고 신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 대표는 "정부·여당이 여기저기 조율하지 않고 다른 주장을 한다면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집값 안정화 발언을 두고 "(문 대통령은) 신문도 안 보고 여론 청취도 안 하느냐"며 정부·여당을 강하게 질타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요즘 안 대표 발언을 보면 오히려 우리보다 더 세게 나가는 것 같다"면서 "내용만 보면 어느 당에서 나온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합당에서는 야권 통합 대선 후보로 안 대표가 나서는 상황을 망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병민 통합당 정강정책특위 위원장은 "최근 발표한 정강정책을 정치공학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행동의 결과물로서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당 한 중진 의원 역시 "안철수에 대한 수요가 이제는 좀 줄어들지 않았나 한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통합당 내에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어 안 대표가 대권 후보로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합당 총선백서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합당 내에 중도뿐 아니라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안철수로 상징되는 중도층과 전략적 연대 필요성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선 주자 간 경쟁으로 대권 레이스 자체가 흥행하는 것도 대선 주자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인지도가 높은 주자가 레이스에 참여하는 것이 통합당으로서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당 방향성을 담은 '37대 정책'을 9월 임시국회 전 공개할 계획이다. 통합당이 '10대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37대 정책'을 공개하면 통합당과 정책연대체 논의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금은 수해 상황으로 미뤄지고 있지만 정책연대체와 관련해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미팅을 해왔다"면서 "방향성에 대한 정책연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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