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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ESC] 으스스 무서워! 심장이 쫄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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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 공포 체험 & 납량특집

‘무서운 이야기’ 여름밤 단골 레퍼토리

고전부터 괴담까지…심장이 서늘

최근 VR·AR 접목한 공포체험 등장

상상과 은유 넘어 실체적인 자극으로 진화

공포웹툰부터 각종 동영상 채널까지


한겨레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라고 부르는 브이아르(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전용 콘트롤러를 양손에 쥐었다. 방 안에서 처음 느껴본 가상현실의 사실감과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송호균 객원기자, 네이버 웹툰, <한겨레> 자료 사진, 그래픽 이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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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에 활동한 미국의 문학가이자 공포소설의 대가 하워드 필립스(H.P.)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의 저서 <공포문학의 매혹>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라고 썼다. ‘인간의 사고와 언어만큼이나 오래된 것이 바로 호러문학’이라고도 했다.

모르는 것, 본 적이 없는 것을 포함한 실재하는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장 무섭다. 예를 들자면? 물론 죽음(혹은 사후 세계)이 대표적일 것이다. 반드시 ‘공포 혹은 환상문학’이라는 장르로 제한할 필요도 없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선 자신을 덴마크의 전 국왕이라고 주장하는 유령이 등장해 살인을 사주한다.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내용이 등장하는 괴테의 <파우스트>나 아예 지옥과 연옥을 그린 단테의 <신곡>은 또 어떤가. ‘무서운 이야기’야말로 어쩌면 본질적인 측면에서 문학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무더운 여름밤, 할머니가 들려주던 귀신이나 저승사자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조명은 어둡고, 할머니의 차분한 목소리는 깊게 팬 주름만큼이나 착 가라앉아 허공을 떠돌았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홍콩 할머니’ 괴담이 전국을 강타해 초등학생(당시의 국민학생)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아마도) 모든 학교마다 있는 화장실 유령 얘기나, 밤만 되면 본관 앞의 동상이 피눈물을 흘리며 걸어 다니더라는 따위의 이야기들은 수학여행의 여름밤에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가 아니던가. 우리는 모두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옮기며 커왔다.

요즘의 공포물 애호가들은 무서운 소설이나 영화를 즐기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공포물은 이제 상상이나 은유의 수준을 넘어 매우 직접적이고 실체적 자극을, ‘실제로’ 주는 데까지 나아갔다.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주는 브이아르(VR) 기기를 이용한 공포게임에선 어디까지나 상상의 영역이었던 공포물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증강현실(AR)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공포 웹툰’의 세계도 있다. 단순히 소리나 움직이는 컷을 활용해 독자를 놀라게 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러저러했더니 사실은 그 귀신이…. 스마트폰에 비친 내 방의 책상 아래나 거실 천장에서 시커먼 형체가 쓱 하고 나타난다. 유튜브에는 각종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폐가 등의 기괴한 장소의 영상을 찍어 내보내는 ‘공포 채널’들이 가득하다. 물론, 선풍기라도 틀어놓고 비스듬히 누워 책장을 넘기며 공포소설을 읽는, 전통적이지만 쏠쏠한 재미도 빠질 수 없다.

물론 판타지보다 현실이 더 공포에 가까울 수 있다. 전 지구적인 전염병 사태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장마와 물난리. 당연히 무섭다. 하지만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도 찰진 ‘공포체험’은 잠시나마 현실의 고난을, 그리고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해줄지도 모른다.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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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우리 집 거실, 좀비들 천지! 탈출하고파!

여름철 단골 테마 공포체험

코로나19로 집 안 VR 호러물 체험 게임 강세

기자 직접 해보니 “너무 생생해 비명만”

VR·AR, 게임시장의 미래…킬러 콘텐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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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의 <바이오 하자드 7·레지던트 이블> 플레이 장면. 무시무시한 폐가에서 실종된 아내를 찾아다니는 공포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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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예로부터 테마파크의 여름철 단골 메뉴였다. 으스스한 좀비나 흡혈귀로 분장한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관객들을 자지러지게 만드는 각종 ‘귀신의 집’을 기억하는가? 최근에는 ‘공포’를 테마로 하는 방 탈출 카페나 아예 브이아르(VR·가상현실)를 통해 호러물의 세계를 체험해 보는 가상현실 체험 시설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가 이어지는 요즘, 선뜻 이런 시설을 방문하기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집에서 즐겨보는 건 어떨까? ESC는 집 안에서 직접 브이아르 게임 체험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사실감과 공포심을 극대화했다는 호러게임을 골랐다. 미리 밝혀두건대, 이건 소니 제품 광고가 아니다. 집에 이미 플레이스테이션4 본체가 있었기에, 취재를 위해 중고로 전용 브이아르 기기를 구입했다. 게임 타이틀은 공식 온라인숍에서 할인을 하고 있어 1만원대에 사서 다운로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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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로! 무서웠다. 평소 공포물을 즐기지 않는다. 무서운 게 싫다. 그런데 브이아르 호러게임이라니. 기사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경험해 봤다.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슬그머니 눈을 뜨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었다.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라고 부르는 브이아르 기기를 머리에 쓰고 떨리는 마음으로 게임을 구동했다. 일본의 게임사 ‘캡콤’이 2017년께 발매한 <바이오 하자드 7·레지던트 이블>이었다. 주인공 ‘에단’이 3년 전 실종된 아내 ‘미아’를 찾아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폐가를 찾는다는 게 게임의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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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르(VR) 기기를 쓰면 전후좌우 360도 화면이 모두 게임 속 세상이 된다. 송호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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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체험해본 브이아르 시스템은 숨 막힐 정도로 생생했고,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360도 사운드는 지독한 현장감을 선사했다. 폐쇄된 공간이 주는 공포감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전후좌우, 위와 아래 어디로 고개를 숙여도 게임 속 세상이 그대로 재현됐다. 목까지 더러운 물에 잠긴 지하실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반쯤 부패한 시체의 얼굴이 떠올라서 순간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곳은 실제 폐가가 아니라, 우리 집 거실의 티브이(TV) 앞이라는 사실을 마음속에 되새김질해봐도 무서움은 가시지 않았다. 폐가의 주방 전자레인지 안에는 부패한 동물 시체가 들어있고, 냉장고 안에는 (아마도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내장 덩어리가 쌓여있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칼과 전기톱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좀비가 실제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게임 안에서 맞닥뜨리자 너무 생생해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구역질이 날 뻔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린 시절 본 <전설의 고향>이나 구미호 시리즈, 심은하 주연의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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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시브게임즈’가 출시한 <언틸던·러시 오브 블러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전진하며 공포를 체험하는 건 슈팅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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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슈퍼매시브게임즈’가 출시한 공포 롤러코스터 게임인 <언틸던·러시 오브 블러드>도 플레이해 봤다. 놀이동산의 유령열차 같은 걸 연상하면 된다. 특이한 것은 두 개의 막대기 모양의 브이아르 전용 컨트롤러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1인용 열차를 타고 궤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공격하는 괴물들을 총으로 쏴 물리치는 게임인데, 기괴하고 끔찍한 이미지로 가득한 코스가 시도 때도 없이 공포감을 선사한다.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거대한 짐승들이 공중에 매달린 채 비명을 질러댔고, 조용히 지나가나 했던 구간에선 갑자기 귀신이 나타나 심장을 멎게 했다. 정확하게 반응하는 두 개의 컨트롤러는 게임 속에서 양손에 하나씩 쥔 총이 된다. 피에로 얼굴을 하거나 마네킹같이 생긴 괴물들이 계속 등장하는데, 총으로 쏴 이들을 쓰러뜨려야 했다.

머리에 쓰는 브이아르 기기는 생각보다 가벼워서 장시간 사용하지 않는 한, 목 관절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1시간 이상 플레이하면 약간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나 한 번씩 쉬어야 했다. 식은땀이 흘러 눈앞의 렌즈에 뿌연 습기가 차는 현상도 종종 나타났다.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에어컨 온도를 평소보다 낮춰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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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하자드 7·레지던트 이블>.


실제로 집에서 브이아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는 건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7일 발표한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퍼진 지난 1월 이후 브이아르 카페 등 공용시설의 이용 시간에 대해서는 “감소한 편이다”라는 응답이 40.7%인 반면 “증가한 편이다”라는 응답은 15.3%로 나타났다. 집 안에서 나 홀로 체험할 수 있는 콘솔 게임기나 피시(PC) 기반의 브이아르 게임의 이용 시간에 대해선 “증가한 편”이라는 응답이 26.6%로, “감소한 편”이라는 답변 16.8%에 견줘 높았다. 집 밖의 체험 카페나 놀이동산 등 공용 시설에서 브이아르 게임을 체험하는 사람은 줄었고, 집 안에서 체험하는 사람은 늘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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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틸던·러시 오브 블러드>.


국산 브이아르 공포게임도 있다. 하지만 비교적 높은 진입 장벽과 시장성 등을 이유로 아직 다양한 타이틀이 활발하게 출시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01년께 출시된 국산 공포게임의 ‘원조’격인 <화이트데이>는 플레이스테이션과 피시로 각각 플레이할 수 있는 브이아르 시제품 버전을 2016년께 공개했는데, 완성하지 못하고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볼레크리에이티브’가 출시한 <전설의 고향> 브이아르 게임도 있지만, 가정용 플랫폼이 아닌 일부 체험관이나 놀이동산 등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결국 관건은 ‘킬러 콘텐츠’다. 한양대학교 스마트융합공학부 김기범(50) 교수는 “브이아르 게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모두 매우 큰 비용이 들기에 기업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시장성도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결국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이 게임시장의 미래인 것은 분명한 만큼 이를 대비한 기술과 콘텐츠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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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무결의VR게임>이 소개한 국산 브이아르 게임 <전설의 고향>.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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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브이아르 체험 하고 싶다면?

플레이스테이션의 전용 브이아르 시스템은 신품 기준으로 40만원대가 넘는다. 게임기 본체는 뺀 가격이 그렇다. 브이아르 공포게임을 체험하기 위해 이를 꼭 구입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 보면, 플레이스테이션 본체와 브이아르 기기를 합해 하루 4만원대에 대여할 수 있다. 하루나 이틀 정도 플레이해보고 본인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되면, 그때 구입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

피시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서도 다양한 가격대의 브이아르 호러게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바이오 하자드 7·레지던트 이블>도 피시 버전을 스팀에서 찾을 수 있고, 무료 인디 게임도 적지 않다. 물론 피시용 브이아르 기기는 구입해야 하는데, 중저가 모델부터 고가 모델까지 다양하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제품군으로는 삼성의 ‘오디세이 플러스’가 50만원대,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오큘러스 리프트’가 60~70만원대다.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는 다양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들을 선보이는 ‘서울 브이알 에이알 엑스포’도 열린다.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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