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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ESC] 스피커에 귀신이 붙었어요!…다채로운 공포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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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 공포 체험 & 납량특집

공포웹툰은 진화 중

플래시·사운드 효과 넘어 VR·AR 접목

‘무서운 이야기’ 들려주는 유튜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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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신의 방 안에서 공포물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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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공포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이제 공포 체험을 하러 특별히 제작된 공간을 찾을 필요도 없다. 코로나19가 부른 변화처럼 보이지만, 매년 공포 콘텐츠 시장은 더 새로운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진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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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강현실 기술 접목한 공포 웹툰, 내 방에 귀신 출몰!

‘공포웹툰’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인기 웹툰 작가인 ‘호랑’이 네이버 웹툰에 플래시 효과를 가미한 <봉천동 귀신>과 <옥수동 귀신>을 선보인 게 벌써 2011년의 일이다. 웹툰 마지막에 옥수역 선로 바닥에서 갑자기 피 묻은 손이 뻗어 나와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웹툰을 즐기던 독자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네이버 웹툰의 2015년 공포 시리즈 <소름>에서 작가 ‘DEY’는 <사생사>라는 작품에서 사망한 줄 알고 영안실 냉장고 안에 안치된 희생자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살아나가기 위해 손톱으로 냉장고 안을 긁어대는 사운드 효과가 압권이었다. “벅벅벅벅벅벅벅~.” 앙상한 두 팔이 연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컷까지 가미되어 있다. 시리즈 제목대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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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웹툰에 플래시 효과를 가미한 시도로 화제를 불렀던 ‘호랑’ 작가의 2011년 작품 <봉천동 귀신>.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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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웹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움직이는 컷이나 효과음만이 아니다. 아예 증강현실(AR)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단, 이런 작품들은 일반적인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테블릿피시(PC)로 즐겨야 한다. 카메라가 부착되야만 증강현실 기술이 실현 가능하다. 2018년 네이버 웹툰 시리즈 <재생금지>에 실린 ‘QTT’ 작가의 <누리, 넌 누구니>라는 작품에는 귀신이 달라붙은 스마트 스피커가 등장하는데, 작품 마지막에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실제 독자의 방을 비추며 문제의 그 스피커가 책상 위에 나타난다. 끔찍한 목소리로 “지금 혼자 있어?”라고 말을 걸어오는데, 스마트폰을 머리 뒤로 던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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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시리즈 <소름> 중 ‘DEY’ 작가가 그린 <사생사>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2016년 네이버 웹툰 시리즈 <폰령>은 또 어떤가. <여관 201호>라는 작품에서는 만화에 등장했던 여자아이 귀신이 내 방 한구석에서 쓱 하고 나타나 비명을 지르게 한다. 같은 시리즈의 작가 ‘POGO’의 작품 <귀신은 없어>에서는 내 방 천장에 매달려 있는 귀신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가 하면, ‘호랑’ 작가의 단편 <소미귀신>에는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동급생 친구의 귀신으로부터 독자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오는 연출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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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공포웹툰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독자의 방이나 거실 등을 무서운 이야기의 배경으로 차용한다. 공포웹툰 <여관 201호>.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만화칼럼니스트 서찬휘(41)씨는 “웹툰 중에서도 증강현실 등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했을 때 그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르가 바로 공포웹툰”이라며 “이런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게 요즘 공포웹툰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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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GO’ 작가의 웹툰 <귀신은 없어>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웹툰 제공


■ 공포, 귀와 눈으로 느끼기

옛날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부모님이나 언니·오빠들이 들려줬던 ‘무서운 이야기’를 이제는 유튜버들이 대신한다. 구독자 18만명의 유튜브 채널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에서는 주로 구독자들의 제보로 구성된 사연을 담아낸다. 귀신을 보는 친구와 함께 겪은 일이라든지, ‘소름 돋는 고시원’, ‘버스기사님의 공포 실화들’ 등 소재도 다양하다. 이 밖에도 구독자 17만명의 <왓섭! 공포라디오>, 구독자 15만명의 <그와 당신의 이야기> 등의 유튜브 채널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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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양한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브 ‘공포채널’이 많다.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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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5만명의 <소름채널>은 아예 직접 카메라를 들고 폐가나 흉가, 버러진 병원 등 으스스한 장소를 찾는다. 영상에서 실제로 귀신을 봤다는 댓글이나, ‘O분 OO초, 허연 물체가 쓱 지나가는데, 저게 뭐죠?’라는 식의 댓글이 이어지는데 판단은 직접 영상을 보고 하는 게 좋겠다. 어쨌든 이런 채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다 보면 시간은 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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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소름채널’.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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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공포채널 ‘왓섭! 공포라디오’.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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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웹툰이나 게임, 유튜브 채널들을 포함한 각종 호러물이 수용자의 감각을 ‘직접’ 자극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면 고집스럽게 장르 문학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공포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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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 작가의 <마귀>. 사진 고즈넉이엔티 제공


게임이나 영화, 만화가 직접 보여주고 체험하게 만든다면 글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래서 더 무서운지도 모른다. 작가 이시우(44)씨는 “공포소설은 결국 질문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공포소설 애호가들에게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는 2017년작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서 ‘왼손’이라는 필명으로 <이화령>을 발표한 인기 작가다. “사람마다 무서워하는 소재는 다 다르거든요.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공포의 본질을 묻고, 독자로 하여금 그것과 마주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소설만이 가진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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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작가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사진 안전가옥 제공


2019년 단편집 <한밤중에 나 홀로>, 2014년 장편 <밤의 이야기꾼들> 등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건우(41) 작가가 올해 발표한 장편 <마귀>는 강원도 대설읍 소복리에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나는 동시에 실종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심령 호러 스릴러다. 겨울만 되면 폭설로 마을 전체가 고립된다는 소복리는, 물론 가상의 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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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신 작가의 <아귀도>. 사진 아프로스미디어 제공


전 작가는 ESC 독자들을 위해 올해 출간된 공포소설들 중 3편을 추천해 줬다. 조예은 작가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는 수상한 남자가 나눠준 젤리를 먹고 온몸이 녹아내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동신 작가의 <아귀도>는 한 살인자와 그를 추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거대 괴수를 등장시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박해로 작가의 <올빼미 눈의 여자>는 무당과 퇴마사가 등장하는 토속적 배경의 ‘한국식 호러극’이다. 전 작가는 “최근 양질의 작품이 계속 출간되고 있으며 문학 작품으로의 호러소설을 받아들이는 독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주목할 만한 신인 작가가 꾸준히 등장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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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로 작가의 <올빼미눈의 여자>. 사진 네오픽션 제공


전씨의 장편 <밤의 이야기꾼들>은 서울의 한 폐가에 모여 으스스한 괴담을 서로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인물의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토해진 진실하면서도 추악하고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합니다.” 무더운 여름밤, 선풍기 바람 앞에서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공포소설을 읽어나가는 ‘쏠쏠한 맛’은 그래서 더욱 오싹하게 재미난 게 아닐까.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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