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지시한 인권부는 정작 폐지
특히 법무부가 일선 검찰청 공판 검사 인력을 현재보다 1.8배 늘리는 대신 검찰의 특수 수사 인력을 줄이기로 한 것을 두고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선DB |
◇ “아무런 고민·연구 없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쏟아지는 검사들의 비판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12일 저녁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질문’이라는 글을 올리고 “조잡한 보고서로 전국 일선 청 검사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개편안은 검사가 만든 것인가. 일선 형사·공판 업무 실질을 알고나 만든 것인가”라며 “엄청나게 판을 뒤집어 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에 대해 충분한 예측이 되어 있다는 것이겠는데 어떤 데이터나 통계를 바탕으로 세워진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판을 깨 놓으면서 ‘개혁’이라고 위장하려 들지 마라”고 했다.
전날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도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개편안을 만들기 위한 개편안”이라며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라며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추진 계획을 제시하면서 현재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않는만큼 일부 형사부 업무도 함께 담당해야 한다는 부분을 비판한 것이다.
한 간부급 현직 검사는 “결국 특수·공안 수사 인력을 줄여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며 “묵묵히 일하는 형사·공판 검사들 우대는 이 목적을 숨기기 위한 위장이라고 본다”고 했다.
◇관심 밖으로 멀어진 인권부…文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는데
법무부는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신설했던 대검 인권부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검사장급이 부서장으로 있는 인권부를 없애고 대신 차장검사급이 업무를 총괄하는 인권정책관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권부 업무의 핵심이었던 인권침해 사건 관련 업무는 대검 감찰부로 넘기고, 피해자지원·보호 담당 업무도 대검 형사부가 맡게 될 예정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인권침해 사건 조사는 인권부의 주요·핵심 업무”라며 “이게 빠지면 앙꼬 없는 진빵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검 인권부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조직을 대검에 설치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리며 생겨난 곳이다. 법무부는 같은 해 7월 대검 인권부를 신설하고 인권감독관을 12곳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그간 법조계에서는 인권부에 대해 “대통령 지시사항이라 조직 규모를 크게 출범시켰지만, 업무 분담이 제대로 안 돼 효율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검찰개혁’ 일환으로 생겨난 법무부 인권국장 자리도 7개월째 공석이다. 법무부는 비(非) 검찰 출신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책임자를 뽑지 못하고 있다. 인권국장은 법무부 인권정책을 총괄하고,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국장 자리가 7개월째 비어있어 사실상 제대로 된 업무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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