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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태양광 경사 기준 국책硏 권고 왜 무시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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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책연구원이 제시한 태양광 패널 설치 관련 권고를 정부가 무시하고 무리하게 패널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태양광 도입을 성급하게 추진하려다 빚어진 졸속 행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태양광 발전사업 환경성 검토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8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태양광 입지 중 회피해야 할 지역으로 '평균 경사도 10도 이상, 최고 경사도 15도'인 지역을 제시했다. 이 기준보다 경사도가 높으면 산사태와 토사 유출 위험이 크다는 게 연구원 결론이었다. 하지만 실제 정부 시행령에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평균 경사도보다 5도 높은 '평균 경사도 15도'로 수정됐다. 정부가 당시 경북 청도 산사태로 태양광시설 일부가 무너지고 나무와 토사가 도로를 덮치면서 대책 마련을 위해 연구를 의뢰해놓고 정작 태양광 실적 때문에 전문가들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연구원 권고를 꼭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며 "산지 태양광 확산은 산사태와 상관관계가 적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이후 산사태 피해 건수(1079건)와 비교할 때 태양광 시설 관련 산사태 피해(12건)는 1.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지 태양광 증가가 산사태 위험을 키운 것은 맞는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태양광 시설이 들어선 산지는 산비탈에 있는 나무를 무리하게 베고 기둥을 박아 태양광 패널을 넓은 면적에 설치하는 만큼 일반 산지보다 산사태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산지 태양광 설비 가운데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극히 일부라고 하지만, 0.1%의 사고라도 미리 막아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제라도 태양광발 산사태 확산을 막으려면 집중호우에 따른 토양의 구조 변화, 배수로와 옹벽 설치 등 안전성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산지 전용은 산림청, 발전시설은 산업통상자원부로 업무가 이원화돼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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