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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실업자 환란후 최대인데 "고용상황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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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실업자 숫자가 지난달에는 113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정부가 만든 단기 일자리 덕분에 취업자는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만 늘어났다. 나머지 연령층에선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일제히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최악의 고용통계가 발표된 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5월부터 고용 상황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내용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월 취업자 감소폭이 전년 동월 대비 47만여 명을 기록한 이후 5월부터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사실을 강조하려 했지만 지금은 이런 낙관론을 섣불리 내놓을 때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시장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취업자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만여 명 줄었고 실업자 수는 4만여 명 늘어났다. 구직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도 1년 전에 비해 50만명 이상 늘어나 7월 기준으로는 1999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청년층과 임시·일용직 등 '고용 약자'들이 주로 타격을 받는 가운데 60세 이상 연령층의 취업만 늘어났을 뿐이다. 여기에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때문에 또 다른 고용쇼크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한국판 뉴딜의 강력한 추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올해 경제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홍 부총리까지 "고용 상황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내놓았다. 우리 경제전망과 관련해 현 정부 고위층이 성급하게 낙관론을 펼쳤다가 정책 신뢰만 훼손한 사례가 이미 한두 번이 아니다. 이는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최근 고용악화 여파만 봐도 실업급여 지급액은 6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5월부터는 매달 1조원 이상이 실업급여로 지급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은 3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이런 때에 정책당국자들이 보고 싶은 숫자만 보려한다면 정부 대책도 현실과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정부는 눈앞의 어려움을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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