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點心)은 한자어로 중국에서 쓰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다. 본래 선종에서 저녁식사 전에 취하는 소식(小食)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선승들이 수도에 정진할 때 시장기를 느끼면 빈 배를 가볍게 채우듯 배 속에 점을 찍을 만큼 적은 분량의 식사다. 동양에서는 아침은 제대로 먹고 낮, 저녁은 가볍게 먹었다. 농경사회에서는 특히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루를 버틴다고 여겼다. 낮 끼니는 새참 정도였다. 서양에서는 아침과 낮엔 가볍게, 저녁엔 푸짐하게 먹었다. 거창한 성찬은 만찬 때 주로 했다.
점심은 사전에서 '하루 중에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정오부터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으로 돼 있다. 또 '그때 끼니를 먹는 일'로도 덧붙인다. 사람들에겐 가볍게 먹는 게 아니라 제대로 챙겨 먹는 끼니로 이미 바뀌었다. 아침을 거르는 이들이 많아졌고 점심식사에 배불리 먹는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나 사적 교류에서나 점심시간의 활용도는 아침과 저녁보다 훨씬 높아졌다. 사람들의 행태와 문화가 바뀌었는데 전혀 동떨어지는 뜻으로 시작된 점심이라는 용어가 자리를 잡아버렸다. 별문제 없이 쓰이고 있지만 그래도 어딘지 아쉽다. 아침과 저녁처럼 때를 가리키는 낮으로 대체하는 게 맞을까. 끼니를 의미할 때는 중식(中食)이나 주식(晝食)으로 써야 할까. 멀쩡하게 잘 쓰이는 용어를 왜 바꾸자는 것이냐고 되묻는다면 이유를 딱 집어 설명하기 어려우니 난감하지만 한번쯤 생각해보자.
[윤경호 MBN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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