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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테마진단] 활력 잃은 농촌 되살린 `아이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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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농산어촌, 살릴 수 있다. 시골 학교도 살릴 수 있다. 지역 인구도 늘릴 수 있다. 국가 예산만 쏟아 붓는다고 죽어가는 농산어촌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인구는 줄어들고, 폐교는 늘어나고, 지역은 활력을 잃어 모든 농산어촌이 사실상 소멸 위기에 처해 있지 않은가.

문제는 농촌 살리기 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창조적 상상력에 바탕한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런 아이디어를 실행할 지역 리더십이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국가 예산 없이도 농촌 살리기에 성공한 '서하초 살리기'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서하초학생모심위원회'라는 거버넌스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당초 폐교될 위기에 빠진 학교를 살리고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고사 직전의 농촌을 되살려 보자는 취지였다. 경상남도 함양군 서하면에 위치한 서하초는 인구가 1400명인 시골의 작은 학교다. 올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생은 10명, 학급은 3개에 불과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과 한 달 만에 이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는 목표를 달성했다.

전국에서 75가구 144명의 학생이 지원했고, 그중 학생 15명이 올 신학기부터 등교하고 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개 학급이 다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학생 전입으로 늘어난 함양군 인구는 현재까지 총 50명에 이른다. 적절한 조건이 주어지면 시골 전입 수요가 폭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는 사실상 관의 예산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기획부터 진행까지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 위원회는 이 프로젝트를 아이토피아(아이+유토피아) 사업이라고 이름 지었다. 아이토피아 프로젝트의 공약은 네 가지였다. 첫째, 학부모 주택 제공과 일자리 알선, 둘째, 학생 특성화 교육, 셋째, 전교생 해외 연수와 장학금 수여, 넷째, 학부모를 위한 문화·의료·복지 분야 원스톱 서비스 구축이었다. 아울러 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종잣돈 1억원을 만들기로 했다.

위원회가 주관한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는 1단계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성공 요인은 뭘까. 첫째, 민관이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 둘째, 민간 차원의 자발적 기금 마련, 셋째, 창조적 상상력과 실행력을 가진 지역 리더십의 존재라 할 수 있겠다.

위원회는 이 아이토피아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함께 농촌유토피아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도와 농촌유토피아 사업을 선도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기본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민관이 같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자리 부족이나 인구 과밀 현상을 포함한 많은 도시 문제의 해법은 시골에 있다. 그러므로 이런 식의 농촌유토피아 사업은 도시와 농촌의 상생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전국의 많은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아이토피아 모델을 도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작은 학교가 살아야 농촌이 살고 농촌이 살아야 작은 학교가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조적 상상력과 지역 리더십으로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농촌 살리기, 즉 농촌유토피아 사업을 제대로 해낸다면 그 성과는 엄청날 것이다. 도농(都農)은 좌우 날개와 같고, 좌우 날개로 날아야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방법이 문제다. 지금껏 쏟아 부은 국가 예산의 10분의 1만 있어도 농산어촌을 살릴 수 있다. 농촌유토피아, 더는 꿈이 아니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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