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 상황은 심각하다. 23차례 거듭된 정부 대책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상승하는 등 시장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무주택자는 치솟는 집값에 좌절하고, 1주택자는 늘어난 세금을 걱정하고, 다주택자는 집을 갖고 있기도 팔기도 어렵다고 한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라면 청와대에서는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이 우선 경질되어야 한다.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 다주택 참모들의 잘못된 처신이 기름을 붓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민심 이반의 근원은 정책 실패이다. 내각에서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장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청와대 정무·민정·국민소통수석 등만 교체했다. 정책라인은 빼놓은 채 민심 이반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다 물은 것이다. 대통령은 민심이 들끓고 분노한 이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이 대국민 소통과 정무 기능 잘못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정작 책임져야 할 인사들은 국민 체감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만 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집값은 수해 나면 신선식품값이 폭등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일시적이란 것이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부동산 시장은 반드시 안정된다"고 했다.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주문을 외우는 것 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인용하며 "코로나 방역에 성공하고 경제를 잘 이끌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앞서 대통령도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 "신속한 재정정책과 한국판 뉴딜로 가장 선방하는 나라"라고 했다. 대통령과 정책 참모들만 민심과 동떨어진 딴 세상에서 낙관론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에서조차 "대통령이 청와대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참모를 바꾸는 청와대 개편을 하는 것은 국정 쇄신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번 개편에선 그런 의지를 전혀 읽을 수 없다.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고, 오만과 독주의 국정 운영에 대한 반성도 없다. 누가 뭐라든 이대로 가겠다고 한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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