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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부동산 시장 감시·감독보다 신뢰 확보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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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부동산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 감독기구를 공식 논의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이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지 이틀 만이다. 회의에는 홍 부총리 외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관련부처 기관장들은 물론 김현준 국세청장도 참석했다는 점에서 이 기구를 통해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토부가 최근 발족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의 확대를 주장해 온 데서도 매머드급 감독기구의 탄생을 전망하게 된다.

불법행위 근절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감독기구 설치 명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시장을 교란시키고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불법행위를 뿌리 뽑으려면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재 인력과 조직으로 연간 100만건이 넘는 거래를 일일이 체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값 폭등은 거래를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공급확대 등 근본 처방 대신 규제로 일관한 데서 초래된 결과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3 차례나 대책을 내놨음에도 불구라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52%나 오른 게 그 증거다.

감독기구가 설치되고 주택거래 감시제를 도입하면 부동산시장이 위축돼 일시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 하지만 잠재 수요가 넘치는 상태에서는 가격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결국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국민들의 부동산 거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 기구에 특별사법경찰 같은 수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공무원 숫자만 늘릴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8·4 공급 확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재건축 조합이나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절차를 건너뛴 탓에 삐걱대고는 있지만 정책 전환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먼저 할 일은 감독기구 신설보다 헛방에 그친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의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이다.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 사이에서도 규제만능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경제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음을 정부는 깊이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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