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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강렬한 하프, 터프한 플루트… '불꽃 시너지'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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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진과 황세희의 '듀오 피다' "관객 여러분, 놀랄 준비 되셨죠?"

길이가 1m 남짓인 플루트 무게는 대략 1㎏ 미만. 반면 47현을 세로로 나란히 건 연주용 그랜드하프는 180㎝ 넘는 키에 무게가 40㎏에 달한다. 한 손으로 가뿐히 들고 다닐 수 있는 플루트와 달리, 하프는 세모꼴 하드케이스에 악기를 넣으면 총 무게만 100㎏이 넘어 트럭으로 날라야 한다.

천양지차인 두 악기의 프로필처럼 외모도, 성격도 다른 두 연주자가 뭉쳤다. 플루티스트 한여진(19)과 하피스트 황세희(25)가 결성한 '듀오 피다(DUO PIDA)'가 13일 오후 8시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첫 리사이틀을 연다. 한여진은 2016년 베를린 라이징 스타 국제 플루트 콩쿠르에서 1위, 황세희는 2014년 프랑스 국제 하프 콩쿠르에서 그랜드하프 최상급 부문 1위 등을 한 무서운 신인들이다.

조선일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황세희(왼쪽)와 한여진. 황세희가 들고 있는 하프는 촬영을 위해 따로 준비한 21현 켈틱하프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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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나 바이올린에 비하면 하프와 플루트는 다룰 수 있는 곡의 수가 아무래도 적다. 없는 길은 새로 내면 된다. 황세희는 피아노곡들을 하프의 세계로, 한여진은 바이올린과 첼로 레퍼토리를 플루트로 이끌어 왔다. 그러다 2018년 연주 모습을 360도로 촬영해 가상현실(VR) 영상으로 만드는 '머큐리 클래식' 프로젝트에서 서로를 만났다. 월간 객석 편집장 송현민씨가 던진 말이 뜻밖의 불꽃을 일으켰다. "이 두 사람이 함께하면 시너지를 내겠는데."

1년 전 둘은 만나자마자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의 '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탱고의 역사'를 함께 연주하며 합부터 맞춰봤다. 연습 한번 같이 한 적 없는데 '쿵작'이 맞았다. "플루트는 날아갈 듯 투명한 소리여서 여진이 연주 스타일도 여성스러울 줄 알았는데 화려하면서도 거칠고 고음일수록 터프한 면이 돋보였어요."(황세희) "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로가 뭐만 하면 수금(竪琴)을 타서 하프를 동경했죠. 근데 막상 가까이에서 세희 언니가 하프를 뜯는 걸 보니 악기는 우아해 보이지만 음색은 무척 강렬하더라고요."(한여진)

팀명 '피다'엔 클래식의 '꽃을 피우겠다'는 다짐이 새겨져 있다. 국내 공연장에선 보기 드문 플루트&하프 듀오로 '날개를 펴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플루트와 하프에 저런 면이 있었어?' 하고 듣는 분들을 놀라게 하겠다"는 포부다. 한여진은 "프로그램을 왜 이렇게 빡빡하게 짰을까 후회했을 만큼 한 곡 한 곡 심혈을 기울여 정했다"고 했다. "기승전결이 뚜렷해요. 첫 곡인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불 꺼진 공간에서 듣다 보면 푸른 자연이 아스라이 떠오르고, 마지막 곡인 '탱고의 역사'는 처음엔 잔잔하다가 내리찍는 고음이 많아지면서 화려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에요." 황세희는 "이번 무대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서 하프가 독주 악기로도 충분히 멋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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