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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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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활용한 감정 분석 실험… 前애인·트럼프·기본소득 등 특정 주제의 감정, 색으로 추출

조선일보

특정 사진과 거기서 떠오른 감정이 색깔로 변환돼 용기에 담겨 전시장에 진열돼 있다. /우란문화재단


감정은 무슨 색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특정 감정을 대변해 줄 사진 한 장을 분석자에게 이메일로 전송한다. 이제 전두엽 뇌파 분석 센서가 부착된 VR(가상현실) 안경을 쓴다. 눈앞에서 반짝이는 여러 색의 점(點)을 바라보는 사이, 분석자는 색상별 뇌파 반응을 추적한다. 이윽고 아까 전송한 사진이 펼쳐진다. 이 사진을 수십 초 동안 집중해 바라본다. 이 중 가장 강렬하게 반응한 색깔들이 검출되고, 컴퓨터와 연결된 기계가 해당 색깔의 액체 색소를 플라스크로 쏟아내 섞기 시작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감정 분석 실험 'Random Diversity'가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전시장에서 26일까지 열린다. 과학과 예술의 접목을 모토로 인공지능과 3D 프린터를 통해 달항아리 제작 실험 등도 함께 진행 중인 천영환(34) 작가는 "색은 자연에 실재하는 게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관념"이라며 "감정 역시 상황 판단의 범주화라는 점에서 색과 유사하다"고 했다. 감정을 일종의 신호로 간주·측정해 시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출된 색색의 감정은 병에 담겨 전시작으로 활용된다. '기본소득' '트럼프' 등 재밌는 색깔이 여럿인데, 이를테면 전시장 벽면에 놓여있는 '전 여친'에 대한 감정은 거의 잿빛에 가깝다. 이 지극히 사적인 색깔(10mL)은 백신 용기에 담겨 선물로 주어진다. 실험에 참여한 김민지(20)씨는 "내 기분을 색으로 확인하고 또 소유할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감정 탓에 전시는 인기가 치솟았다. 바로 아이돌을 향한 '팬심'이다. 유명 연예인을 향한 애정을 색으로 치환해 간직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참여 방식도 현장 접수에서 사전 예약제(하루 35명)로 변경됐다. 전시 관계자는 "예약이 어렵다 보니 무료 전시임에도 소셜미디어상에 암표까지 등장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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