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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늦어도괜찮아, 소비-노동 연대한 ‘택배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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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연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하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택배노동자에게 휴가 티켓을 전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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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하루의 휴식을 선사하자는 뜻에서 마련된 ‘택배 없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한국통합물류협회가 8월14일을 공식 휴무일로 정해 택배 노동자들에게 16일까지 사흘간 연휴를 보장하기로 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택배 산업이 생긴 지 28년 만의 일이다. 이에 소비자들도 ‘#늦어도괜찮아’ ‘#택배주문안하는날’ 등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연대에 나서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은 평소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일해야 하는 열악한 노동 현실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수요 폭증으로 극한의 노동에 몰리고 있다. 2018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 결과 하루 평균 12.7시간씩 월평균 25.6일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배달 물량과 노동시간이 훨씬 늘었다고 한다. 올해 들어 7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더위와 함께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도 배달 노동의 짐을 더했다. 폭우 때는 배달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안전 문제도 커지기 때문이다. 또 다가오는 가을은 연중 택배 물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택배 없는 날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인 셈이다.

시민들이 이런 취지에 공감하며 택배 주문을 자제하는 등 동참에 나서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택배 이용 소비자와 일부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이 13일을 ‘택배 주문 안 하는 날’로 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글과 사진을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고 있다. 평소처럼 주문을 하면 택배 없는 날 이후 밀린 물량 탓에 노동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해서다. 불편의 감수에 그치지 않고 택배 없는 날의 실질적 효과와 의미를 살리려는 적극적인 지지·연대 움직임이어서 더욱 뜻깊다.

이같은 소비자운동이 노동 약자의 현실에 대한 공감과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정부와 업계는 택배 노동의 실태부터 정확히 파악해 삶과 노동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당장 폭염·폭우로 인한 과로를 막고, 무임노동이란 지적을 받는 배송품 분류 작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회사 쪽의 당일 배송 강요를 막는 등 긴급한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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