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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밈’ 타고 귀환한 2.5세대 아이돌…제2의 ‘깡’ 등장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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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후유증’을 부르는 제국의 아이들. 애틋한 노랫말에도 표정은 한없이 밝기만 하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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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깡’ 열풍인가.

제국의 아이들(제아), 유키스, 틴탑 등 201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한 이른바 ‘2.5세대’ 남성 아이돌 그룹의 옛 노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누리꾼들은 비의 ‘깡’처럼 이들의 뮤직비디오 영상 등에 재치 있는 댓글을 달며, 이들의 노래를 또 하나의 ‘놀이’로 소비하고 있다.

선두에는 2010년 데뷔한 ‘제국의 아이들’(제아)이 있다. 2012년 발표한 ‘후유증’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제아의 무대 영상을 본 이들은 그야말로 ‘후유증’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요즘 아이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허술함이 웃음을 자극해 자꾸 찾아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것이 노랫말과는 전혀 관계없는 멤버들의 표정이다.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나. 그냥 하염없이 서글퍼져”라고 입으로는 노래하면서도 표정은 한없이 밝기만 하다. ‘이것만 끝나면 집에 간다는 생각으로 터는(춤추는) 것 같다’는 댓글이 붙는 이유다.

파트 배분도 이해하기 어렵다. 노래의 80%가량을 9명 가운데 김동준이 홀로 소화한다. ‘백댄서인가?’ 싶을 정도로 뒤에서 춤만 추던 나머지 멤버들이 아주 가끔 마이크를 들고 앞으로 나와 발그레한 표정으로 한두 마디씩 노래한다. 무대 ‘엔딩 포즈’도 손 하트 하나 만들지 못하고, 저마다 다른 제스처를 취한다. 중구난방이다. 이런 모습을 짚어가며 누리꾼들이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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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질’이라는 뮤직비디오 영상이 멤버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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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스도 비슷하다. 비의 ‘깡’을 즐기는 이들(‘깡러’)이 고스란히 몰려온 듯한 댓글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유키스의 웃음 포인트는 ‘부조리’에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노래 ‘시끄러’(2010년)는 자신을 붙잡는 여성에게 ‘시끄럽다’고 말하는 내용의 노래지만, 정작 시끄러운 이는 노래를 부르는 본인들이다. 후렴구로 ‘시끄러’란 말이 수차례 반복되는데, 누리꾼들은 이 부분이 ‘정말 시끄럽다’고 호소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 영상 자체도 웃음을 자아낸다. ‘고화질’이라고 올려놓은 영상은 ‘칼군무’를 소화하는 멤버들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화질’이다. ‘오빠 타령’도 황당하다. “오빠는 네가 너무 밉다. 오빠는 네 말 듣기 싫다”는 파트를 소화하는 멤버는 동호인데, 이 노래를 부를 당시 그의 나이는 16살이었다.

제아와 같은 해 데뷔한 틴탑은 상식 밖의 노랫말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향수 뿌리지 마’(2011년)는 나이가 많은 여성과 ‘바람 피우는’ 10대가 여성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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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탑. 티오피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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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뿌리지 마. 이러다 여친한테 들킨단 말야/ 반짝이 바르지 마. 이러다 옷에 묻음 안 된단 말야/ 누난 누나지만 내가 내가 정말 좋으면 그렇다면/ 딴소리 하지 마. 그냥 내가 하잔 대로 해. 그대로 해/ 향수 뿌리지 마/ 누나의 몸매는 너무 너무나 섹시해/ 사람들 모두 십점 만점이라 얘기해/ (…)/ 어차피 누난 나 없이 못 사는 내 꺼/ (…)/ 내 말만 들어. 넌 내 꺼 중에 최고”

상당히 폭력적인데다, 여성을 사물화·대상화하는 그릇된 인식도 담고 있다. 누리꾼들도 대체로 이런 노랫말에 경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색하지 않고, 재치 있거나 창조적인 댓글로 노래를 소비하는 중이다. ‘향수 뿌리지 마’가 새롭게 관심을 받으면서 이들은 지난달 10주년 기념 음반 ‘투유 2020’을 내고, 지난 8일에는 온라인 콘서트 ‘틴탑 10라이브’를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인기는 ‘깡’ 열풍과 세대 특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지금 보면 굉장히 우스꽝스럽고 그릇됐지만, 2010년대 남성 아이돌 그룹은 대체로 원시적 남성성을 부각하는 쪽으로 이미지를 만들었다”며 “누리꾼들이 ‘깡’에 이어 새로운 놀잇감을 찾아 옮겨 다니다가,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이들 콘텐츠에 댓글 놀이를 하며 재미를 느낀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30~40대가 1990~2000년대 노래에 추억과 향수를 느끼듯, 10대 후반~20대에게 2010년대 노래는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반가운 존재”라며 “온라인 문화를 이끌어가는 젊은층의 기억을 자극한 점도 이들 노래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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