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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

레바논 내각 총사퇴에도 그치지 않는 함성 "똑같은 도둑놈 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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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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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 시위/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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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벌어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참사 이후 시작된 레바논 반정부 시위가 11일까지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폭발 참사 6일만에 내각이 총사퇴했으나 레바논 시민들은 근본적인 정치 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같은 참사와 무능이 반복될 거란 회의에 휩싸여있다.

하산 디아브 총리는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 부패의 결과"라며 "부패 시스템이 국가보다 컸다"고 인정하고 내각 총사퇴를 선언했다.

디아브 총리는 차기 내각 구성 전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예정이나, 1월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지지를 받아 출범한 디아브 내각은 폭발 참사 이전부터 정치 개혁과 경제 위기 극복 성과를 내지 못해 비판 받다가 7개월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내각 총사퇴에도 민심은 계속 들끓는다. 지난 30년간 이어져온 부패와 무능, 종파 정치의 혼란을 뿌리 째 들어내지 못할 거란 불안 때문이다.

레바논은 이슬람과 기독교 등이 뒤섞인 다종교 국가로 극심한 갈등을 겪어오다가 1989년 협정에 따라 1990년부터 3대 종파인 기독교계 마론파와 이슬람 수니파, 시아파가 각각 대통령, 총리, 국회의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2018년 총선으로 헤즈볼라가 128석 중 과반을 차지하면서 수니파, 기독교 마론파 등과 대립해왔다. 작년 10월 사드 하리리 전 총리가 부정 부패를 이유로 사임하고 디아브 내각이 출범하는 데만도 2개월 이상 걸렸다.

그래서 레바논 시민들은 단순 '새 내각' 혹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철저한 정치 시스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종파주의 정치 구조를 극복할 방법이다.

총리는 현 구조 안에선 어떤 정치 세력이라기보다 관료에 가깝다. 그러나 각 부처 장관 등을 세력별로 나눠 먹어, 그 알력 다툼 속에서 경제·정치 현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게 시민들과 전문가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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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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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시민 이마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치적 개혁 없이는) 똑같은 도둑놈들이 들어 앉을 것"이라며 "나눠 먹힌 정치 권력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척하면서 표를 얻고 권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신 자버 레바논 하원의원은 "지금 구조에선 시민들이 (종교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싫어하는 정치 세력에 투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먼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 현 종파주의 정치 시스템을 바꿀 선거법 개정에 동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억 달러(3500억 원) 원조를 약속한 국제사회도 레바논의 정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CNN은 "베이루트 폭발 재앙은 근본적 정치 변화가 절실함을 일깨웠다"고 보도했다.

4일 베이루트에서 항구에서 두 차례 큰 폭발이 발생해 이날까지 최소 171명이 숨지고 6000여 명이 다쳤다. 레바논 정부는 실종자가 아직 30∼40명이라고 전했다.

레바논 정부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장기간 보관돼 있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2750t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 방치된 질산암모늄의 폭발 위험성을 지난달 이미 보고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지면서 민심은 더욱 끓고 있다.

이번 베이루트 항구 폭발로 인한 피해액은 최소 30억 달러~최대 15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레바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4%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레바논은 최근 경제난이 심화해 폭발 사고 전에도 경제성장률이 1943년 독립 이후 최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IIF는 지난달 레바논 물가상승률이 110%, 빈곤율도 50%로 높아졌다고 추정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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