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금값 상승 이유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응답하라 경제학 시즌2-37] 최근 금값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2015년 선물시장에서 1온스(31.1g)당 1050달러가량 하던 금 가격이 최근에는 1온스에 2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금 가격이 선물 거래소에서 2000달러를 돌파한 것은 달러화로 금의 가치를 산출한 이래 사상 최고치다. 특히 2019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던 금 가격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더 빠른 속도록 급등하고 있다.

경기가 불안할 때 금값이 상승하는 것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나타났던 일반적인 현상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됐을 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을 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금을 선택했고 금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 경제 기구들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금값 상승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안전자산 선호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요소들이 있다.

실물 경제가 호전될 여지가 커 주식 시장이 상승 국면에 있으면 투자자 자금은 주식 시장으로 몰려 주가가 상승한다. 반면 경기가 하강 국면이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클 때 투자자들은 대체 투자로 금을 매입하려는 경향이 컸다. 따라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의 가격은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과거 자산 시장의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투자 시장의 자금 흐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되자 자산 시장에서 금의 가격과 글로벌 증시는 3월 말까지 하락하다 이후 금과 주식 모두 급격하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이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연준(Fed)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한 결과로 분석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과 유럽, 영국, 일본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통화량은 6조달러(약 7200조원)로 추산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급진적인 확장적 통화정책이다. 특히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5년간 2.3% 수준까지 어렵게 끌어올린 기준금리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단번에 1.5%포인트 인하해 0% 수준으로 낮췄다.

그동안 글로벌 자산 시장의 투자자들은 한정된 유동성으로 주식과 안전자산에 선택적으로 투자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막대한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되면서 모든 자산 시장에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식 시장과 안전자산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최근 금값 상승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와 유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 자금 증가가 모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은 전통적인 통화이론에서 벗어나 막대한 통화량을 시중에 공급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실물 거래가 증가하는 속도에 맞춰 통화량을 조정해야 하는 데 최근 연준은 이와 반대되는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의 실질 경제 성장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물가 역시 통화량을 증가시킬 만큼 높은 상승하지 않았다. 연준의 달러화는 실물 거래를 결제하는 데 필요한 거래 수요보다 훨씬 많은 양을 시중에 공급한 것이다. 이처럼 달러화가 과도하게 공급되면 그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산출하는 달러화 인덱스를 살펴보면 지난 3월 102.8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이 시행되자 7월 말에는 93.4로 그 가치가 10%가량 하락했다. 기축통화로 안전자산 역할을 하던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금을 안전자산으로 선호하게 된 것이다.

최근 금값 상승은 앞서 살펴본 유동성 확대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쇼크 이전부터 꾸준히 증가해 온 수요 역시 주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이슈가 없었던 지난해부터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현물 시장에서 금 매입량을 확대해왔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터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대략 650t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저금리로 주요국 국채의 수익률이 낮고, 달러화와 같은 전통적인 기축통화의 지위가 약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3일 글로벌 ETF가 보유한 금은 3366t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대비 30%가량 증가한 수치다. 즉 올해 금을 기초상품으로 하는 ETF 투자가 주목을 받으면서 파생된 금에 대한 수요가 대략 760t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매입한 금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이다. 이처럼 통화당국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개인이 투자 수단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금이 파생상품을 통해 손쉽게 매입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해왔고, 코로나19 쇼크로 그 수요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금값 상승은 전염병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와 주요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수요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금 수요를 증가시킨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높은 금값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선물 시장에서 1온스당 금 가격이 2000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역대 최고치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볼 수 높은 없었던 가격에 많은 투자자들은 심리적인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자산 시장에서 금의 매입이 증가하고 금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은 투자자들이 경기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금 가격은 실물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경기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 급격히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 경제가 안정을 되찾자 금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현재 금값이 상승하는 것은 많은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쇼크가 당분간 지속되며 빠른 경기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 나온 결과다. 그러나 상반기 자산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경기 선행 지표인 주가지수들이 상승하고 있으며,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는 반대편에서 미래 경기에 대해 상반된 예측을 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많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양측의 기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고, 투자자들은 시장에 더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