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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미국 경제, 백신 나와도 예전 수준 되려면 수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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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세계 경제 전문가 진단

①미국: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미국인 3억명에게 백신 1인당 2회씩 접종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일

미국 경제 V자형 보다 W자형 회복 전망

바이든이 대통령 되어도 미·중 갈등은 지속

조선일보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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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의 충격으로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의 지난 2분기 경제 성장률(GDP·국내총생산 기준)이 1분기보다 무려 9.5% 감소했다. 1929년 대공황을 포함해 GDP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성적표이다. 유럽 경제를 견인하는 독일도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인 마이너스(-) 10.1%의 2분기 성적표를 내놓았다. 이에 반해 일찍 코로나 위기를 겪은 중국은 1분기에 -10%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2분기에는 11.5%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3개 국가의 경제 상황은 어떨까?

한국의 수출과 경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3개 국가의 경제 현황과 전망을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학 교수, 린이푸(林毅夫) 중국 베이징대학 교수, 아힘 밤바흐(Wambach) 독일 만하임의 유럽경제연구소(ZEW) 소장을 인터뷰해 분석했다./편집자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지난 10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코로나 백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3억3000만명의 미국인에게 1인당 2회씩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미국 경제 회복에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미국 경제는 미국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게 지급한 현금 지원으로 버티고 있으며, 현금 지원의 약발이 떨어지면 수요가 줄면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교수는 지난 2006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최고의 이코노미스트에 뽑힌 적이 있다.

조선일보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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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회복에 6년 이상 걸릴 듯

Q1. 지난 2분기 미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기보다 -9.5%, 연간 성장률(연율) 기준으로는 -32.9%로 나왔다. 사상 최악의 성적표이다.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 경제 상황이 대공황보다 더 나쁘다고 봐야 하나?

“2분기 GDP 성장률은 1929년 대공황 때를 포함, 미국 GDP 통계 사상 최악의 수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의 경제와 사회 조직을 완전히 찢어버렸다. 정부가 실시한 이동금지(봉쇄) 조치는 2분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경제활동을 봉쇄했다. 향후 미국 경제는 코로나 감염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불행히도 미국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과 마스크 쓰기를 준수하지 않아서 감염 상황은 그리 썩 나아지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몇몇 주들은 이동금지 조치를 완화했다가 부분적으로 다시 강화하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해결의 열쇠인데, 3억3000만명의 미국인들에게 1인당 2번씩 백신 접종하는 일은 매우 큰 도전 과제이다. 그래서 경기 회복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백신 개발 같은 한 번의 이벤트로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Q2. 올해 3분기나 4분기, 그리고 2021년의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V자형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가 억제되지 않는다면 경제가 회복되는 듯 하다가 다시 침체로 들어가는 더블 딥 혹은 W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 지원한 현금이 떨어지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에 직면할 것이다. 경제가 다시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Q3. 미국의 고용 상황은 어떤지? 그리고 고용 전망은?

“2000만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정부의 실업수당을 받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일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서비스 부문이 그렇다. 일단 정부가 기업에 지원한 자금들의 약발이 고갈되고 나면 더 많은 해고가 일어나면서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 올라간 실업률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내려오는데 6년 이상이 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Q4. 미국 경제가 회복되려면 결국 백신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나?

“백신이 나오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백신이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3억3000만명의 미국인들에게 1인당 2회씩 백신을 접종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적 유행병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 효과가 나타나려면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한국에서 보듯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코로나 환자 동선 추적 등은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부 미국인들은 이러한 지침을 따르기 거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

미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 2분기에 사상 최악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비벌리힐스에서 한 미국 여성이 폐업한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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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공화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맞붙는 미국 대선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선이 되면 그는 수렁에 빠진 경제를 임기 시작과 더불어 떠안게 된다. 미국은 이념적으로 매우 양분되어 있다. 그래서 하나로 통합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바이든은 세율을 올려 소득 불평등 상황을 개선하기를 원한다. 세율이 높아지면 경제 성장을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 세율을 바이든 주장대로 올리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S&P 500대 우량 기업의 주당 순이익(EPS)은 12% 정도 감소하면서 주가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추정이 있다. 비상장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강화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도 계속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무슨 특효약이 있을까?”

독일 경제는 미국보다 나빠

Q6. 지난 2분기 독일 경제 성적표도 매우 나쁘게 나왔는데 원인과 향후 전망은?

“2분기 독일 경제난은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독일은 한국보다 더 수출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세계 경제가 2분기에 침체를 겪었기 때문에 미국, 중국, 브라질, 인도에 대한 독일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다만 세계 경제가 2분기에 바닥을 치고 회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는 완만한 경제 성장이 일어날 것이다.

독일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독일 경제는 다른 나라에 매우 의존적이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향후 독일 경제를 전망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Q7. 독일을 포함해 유럽 경제 전반에 대한 견해는?

“독일 이외의 다른 유럽 국가들은 독일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 예를 들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경제난은 독일보다 더 심각하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독일 만한 정부 재정 지출 여력이 없다. 게다가 이 나라들은 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하는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더 찍어내는 통화 확대 정책을 쓸 수도 없다. 유로화의 발권은 EU(유럽연합) 산하 기구인 유럽중앙은행(ECB)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수출 회복이 관건

Q8. 중국 경제는 빨리 회복이 될까?

“중국은 코로나 사태를 처음 경험했고 처음으로 회복한 국가이기 때문에 경제가 많이 좋아졌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취한 엄격한 우한 지역 봉쇄 정책이 경제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중국 정부는 또한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재정·통화 부양책을 사용했다.

다만 중국의 소비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아직 경계심을 갖고 있는데, 이로 인해 소비 회복이 제약을 받고 있다. 또 세계적 유행병이 계속되면서 중국의 수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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