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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연합시론] 수도권 코로나 확산 속 광복절 대규모 도심집회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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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는 가운데 보수를 표방한 단체들이 광복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연대 등은 15일 정오부터 경복궁 인근 사직로 일대에서 '건국절 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여러 단체도 사직로에서 각각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서울 도심에서 광복절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단체는 모두 26곳에 달하고 예상 참가인원도 22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서울시와 경찰 등이 집회 취소를 잇달아 요청하고 나섰지만 일부 단체는 감염 확산 우려에 애가 타는 당국의 호소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집회를 금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되레 참가를 독려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단체의 상임대표를 맡은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집회금지 명령은 더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대적인 방역에도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많은 인파가 몰리는 대규모 집회를 고집하는 건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지적을 주최 측은 새겨들어야 한다.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집회 강행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렵다. 방역당국이 상황이 더 나빠지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을 정도다. 13일 발표된 신규 확진자 수는 56명에 달해 이틀 연속 50명대를 기록했다. 이 중 지역 발생이 47명으로 41일 만에 가장 많았다.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교회와 시장 상가, 학교, 요양병원 등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꼬리를 물고,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인 롯데리아 직원 모임에서도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정확한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도 다시 늘고 있어 지역사회 내 감염 확산 우려를 키운다. 특히 전광훈 목사의 영향력으로 집회에 많은 교인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랑제일교회에서만 이미 5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상태다.

서울시는 간곡한 호소에도 집회 철회 기미가 없자 13일 결국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서울시가 각 단체에 집회 취소 요청 공문을 두 차례 보냈는데도 7개 단체는 강행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시는 경찰에 행정응원을 요청해 공동 대응하고 집회가 강행될 경우 현장 채증으로 참가자를 특정해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다. 또 집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광복절 대규모 집회를 통한 확산 위험이 우려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경찰은 단체들이 집회를 강행할 경우 현장에 경찰력을 배치해 법 절차에 따른 대응에 나설 계획이어서 주최 측과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당 단체들은 집회의 자유를 내세워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당국의 자제 요청을 핑계로 치부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대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 맞긴 하나 공동체 안전이 보장돼야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엄혹한 상황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집회가 공동체 안전을 위협한다면 재고하는 게 맞다. 당국의 자제 요청 역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정신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건강과 사회적 안전까지 위태롭게 하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많은 국민이 물난리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여의도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국 노동자대회와 관련해 방역 대책까지 마련했던 민주노총이 발상의 전환으로 막판에 집회 연기 결정을 한 것은 귀감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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