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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소설가 김이설 6년만의 장편소설…'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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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사진=밀리의 시대 제공) 2020.08.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소설가 김이설이 '선화' 이후 6년 만에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에서는 가족이란 혈연 공동체의 족쇄에 발이 묶인 한 여성의 숨 막히고도 진저리나는 일상들이 펼쳐진다.

때론 고통스럽고 참혹하기까지 한 삶을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이러한 현실 직시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모순적이다.

이 소설에서는 남의 시를 베껴 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좁아터진 목련빌라의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만의 시를 쓰기로 용기를 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정밀한 소묘화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오늘은 쓸 수 있을까' 하고 되뇌던 눅진하고 습한 밤의 시간들이 '오늘은 그래서 쓰고 싶었다'라고 발화하며 자신에게 몰입하는 충만한 하루로 이어지기까지, 이번의 정류장이 다음 승차의 어느 목적지를 향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러나 한동안은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나는 잠시만이라도,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을 되찾은 것이다.

'나'는 낡고 오래된 목련빌라에서 일흔이 다 되어가도록 평생 기운이 없는 사람이었던 아버지와, 무기력한 가장을 대신해 집안의 모든 결정을 도맡아온 어머니, 남편의 폭력을 피해 세 살과 갓 백일 지난 아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 동생과 함께 살아간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똑똑하고 야무져 늘 전교 상위권을 유지하는 동생과는 달리 한 번도 무언가가 되고 싶다거나 애써 노력을 기울여본 적이 없던 나는 어느 날 자신이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일반적인 삶의 방식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한다. 200쪽, 작가정신, 1만4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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