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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돌도 안된 아들·딸 살해한 20대 부모...법원 "살인혐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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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 "살인의 고의성 인정할 수 없어"

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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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도 안된 자녀 2명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부모에게 1심 법원이 고의성이 없었다며 살인 혐의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다만 사체은닉과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양육수당 부정수급 혐의는 유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A(26)씨와 B(24)씨 부부는 지난 2015년 결혼과 함께 첫째 아들인 C군, 이듬해인 2016년엔 둘째 딸인 D양을 낳았다. 부부는 어린 자녀가 둘이나 있었지만 경제적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원룸과 모텔 등을 전전하며 생활해 왔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2016년 9월 13일 아이들과 원주의 한 모텔에 투숙하게 됐다. 낯선 환경에 D양은 다음날까지 계속 울며 보챘고, 이에 화가 난 A씨는 ‘시끄럽다’는 이유로 D양을 이불로 덮어버린 채 3시간을 내버려뒀다. D양은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A씨 부부는 딸이 숨졌지만,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시신을 암매장했다.

A씨는 이후 생후 6개월 된 셋째 E군도 살해했다. 지난해 6월 생후 7개월 된 셋째가 떼를 쓰며 울자 A씨는 울음을 그칠 때까지 목젖을 졸랐다. 울음을 그친 셋째는 작은 방에 홀로 2시간가량 방치되다 결국 숨졌다. 이 과정에서 아내 B씨는 남편 A씨가 셋째에 가했던 물리력 행사를 지켜만 봤다.

특히 A씨 부부는 둘째 딸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3년여간 710여만원의 양육수당을 챙기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 부부에게 징역 30년과 징역 8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조영기)는 13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A씨의 살인 혐의와 B씨의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각각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들 부부의 사체은닉과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양육수당 부정수급 혐의는 유죄라고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A씨가 평소 D양을 매우 아꼈던 점, D양이 사망한 뒤 크게 슬퍼하면서 자살을 시도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E군에게도 다소 부적절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A씨의 행위로 E군이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고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B씨에 대해서도 “남편이 행사한 물리력의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했고, 물리력을 행사한 이후에도 셋째 아들이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잠든 점에 비춰보면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 관계자는 “항소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판결문을 받아 본 뒤 수사팀과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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