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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왜 부통령후보를 '러닝 메이트'라고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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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카멀라 해리스 연방 상원의원을 자신의 대선 파트너인 ‘러닝 메이트(running mate)’로 발표했다. 하지만, 왜 부통령 후보를 ‘러닝 메이트’라고 부를까.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18세기말~19세기초 미국 정치에는 ‘다크 호스(dark horse)’ ‘선두 주자(front runner)’ ‘선거에 출마하다(run for the office) ‘레이스(race)’와 같이 경마에서 쓰는 표현들이 대거 들어왔고, ‘러닝 메이트’도 이때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트럼프가 2017년 취임 후 7개 무슬림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중단하면서 “극도의 심사(vetting)”를 실시해야 했을 때, 이 vetting 역시 19세기 영국과 아일랜드 경마에서 말의 상태를 점검하는 수의사(veterinarian)을 간단히 vet이라고 부르던 것이 동사(動詞)로 발전했다.

조선일보

부통령 후보를 뜻하는 '러닝 메이트'란 표현이 시작한, 1858년 뉴욕 유니언 코스의 더블하니스 경마 모습을 그린 그림/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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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메이트는 1858년 뉴욕시 퀸즈의 경마 트랙인 유니언 코스에선 처음 시작한, 두 마리 말이 1개의 마차(cart)를 끄는 더블 하니스(harness) 경마에서 유래했다. 이 경기에서 당시 마주들은 자신의 대표적인 말인 이선 앨런(Ethan Allen)과 랜턴(Lantern)에 짝(mate)를 붙여 기수와 마차를 함께 끌고 달리게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이선 앨런과 랜턴이라는 대표주자였고, 함께 달리는 말은 이름도 없었다.

이 더블 하니스 경마는 차츰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그 뒤에도 경주마 조련소들은 가장 잘 달리는 말에 계속 자극을 주기 위해 트랙에서 함께 달리는 페이스세터(pacesetter)들을 러닝 메이트라고 불렀다.

1975년쯤엔 미국 정치에선 서로 짝이 돼 치르는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공직에 출마한 후보를 러닝 메이트라고 불렀다. 그리고 지금처럼 러닝 메이트가 ‘부통령 후보’를 뜻하게 된 것은 1888년이었다.

하지만, 경마에서처럼 러닝 메이트는 곧 기억에서 사라지곤 한다. 린든 존슨의 러닝 메이트였던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1965~1969년)은 1964년 대선을 회상하며 “나는 지금도 배리 골드워터 대선 후보(공화)와 ‘이름이 뭐였더라’ 그의 러닝메이트를 존경한다”고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물론 카멀라 해리스는 그런 운명은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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