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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기자의 눈] 통일부·외교부, 지금 누구와 소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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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정치부 기자

서울경제


‘대변인 브리핑 수정··· 후속 질문도 상기 답변으로 대신합니다.’

지난 10일 브리핑 40분 후 ‘작은 교역은 한미 간 협의된 바 없다’며 통일부가 기자단에 보내온 문자 내용이다. 여상기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남북 물물교환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도 공감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답한 발언을 180도 뒤집으면서 그 이유는 설명도 하지 않았다. 온라인 생중계 자리에서 실수하고도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와 같은 상투적인 멘트도 없었다.

기자는 당일 여 대변인에게 그 배경을 알아보고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도, 회신을 받지도 못했다. 사실 반년간 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이 민감한 상황에 대변인 본인과 통화가 되거나 부재중 기록에 회신을 받거나 문자에 답을 받은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다. 행정·사법부 등 20개 이상 국가기관을 출입하면서 처음 겪는다.

통일부는 다음날에야 “착오였다”고 해명하며 북한 댐 방류·붕괴 보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일요일이던 7월19일에는 웬 고위당국자가 예정에도 없이 일부 기자만 모아 아직 후보자 신분이던 이인영 장관 정책을 익명으로 홍보하는 처음 보는 ‘촌극’도 있었다.

소통에 벽을 느끼는 것은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확인해줄 수 없다”는 이제 기자들 사이에서 외교부 답변의 전매특허가 됐다. 김인철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 측이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외교 채널로 전달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질문이 이해가 안 된다”는 황당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원하는 시간·장소에서만 때로는 언론인까지 선별해서 하고 싶은 말만 전파하는 게 관례인 부처는 ‘보도지침’이나 내리는 것이 낫다. 쓴소리·감시·견제는 극도로 꺼리면서 영양가 없는 답변에 미안함도 못 느낄 바에는 ‘보여주기식’ 브리핑도 접어야 한다. 세금이 아깝고 시간이 아깝다. 공무원도 언론도 국민도 서로 피곤하기만 하다.

이인영·강경화 장관에게 묻고 싶다. ‘한반도 평화’를 과업으로 삼고 ‘더 민주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는 정부에서 외교안보와 관련한 소통은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 공식 채널은 무슨 자격으로 “악의적 왜곡보도” “가짜뉴스”만 운운하는지. 혹시 장관 의전·보고용이자 대국민 일방전파용으로만 존재하는 채널은 아닌지.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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