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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전화 100통 걸어도 안받는 정부, 집값은 어떻게 잡는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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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바꾼다면서

혼란스러운 부동산 현장 문의

전화는 커녕 이메일도 답변 없어

인터넷엔 "전화 200통 했는데 안받아" 경험담

조선일보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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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전세로 살고 있는 황모씨는 10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에 100통 넘게 전화했지만 모두 허탕을 쳤다. 집주인은 재계약을 거부하지만, 황씨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활용해 재계약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전세금을 5% 올려주기 위해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했다. 은행에선 “(전세대출을 증액할 때) 집주인 동의는 필요 없지만, 통지는 해야 한다”며 “집주인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전세대출 증액이 불가하다”고 했다.

다급해진 황씨는 해결책을 묻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련 부처에 전화하기 시작했다. 온종일 전화통에 매달렸지만, 부처마다 아예 전화를 받지 않거나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며 전화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황씨는 “재계약을 못하면 당장 쫓겨나게 생겼는데, 누구 하나 명확한 답을 주는 곳이 없다”며 “정부가 세부 대책은 내놓지 않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대차법 혼란… 문의 넘치는데 통화도 힘들어

정부가 지난달 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기습적으로 시행하며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폭증하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정부 민원 게시판 등에는 “전화를 200통 넘게 해도 연결음만 들린다”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2주째 답이 없다” “전화가 되긴 하는 거냐” “2주째 ‘회의중’ ‘통화중’ ‘출장중’이란 자동응답뿐이다” 등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어떤 경우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집을 팔 때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지 등 각 건마다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답을 구하기가 어렵다. 국토부와 법무부, 금융위 등 얽혀있는 부서가 많아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도 불명확하다.

노원구 아파트 한 채를 전세 주고 있는 한 50대 임대인은 “얼마 전에 실거주하려는 사람에게 집을 팔았는데, 지금 사는 세입자가 ‘못 나가겠다’고 버티고 있다”고 했다. 관련 내용을 문의하기 위해 국토부에 전화했지만 “법무부에 물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막상 법무부에 전화하니 통화가 되지 않았다.

◇“하루 400~500통씩 대응중… 쉴틈이 없다”

실제 13일 본지가 국토부와 법무부, 금융위, 서울시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감정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전화해 봤더니, 대부분 받지 않거나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야 겨우 연결됐다. 문의 내용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다른 부서로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한 담당자는 “지난달 30일 임대차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이틀 동안에만 문의 전화가 600건 이상 쏟아졌다”며 “자료 내용이 모호해 우리도 안내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기관에서는 “이미 하루에 400~500통씩 대응하고 있는데 인력이 한정돼 있다 보니 대기 시간이 길다”고 했다.

정부는 관련 민원이 줄을 잇자 곧 임대차법 관련 세부 해설서를 만들어 배포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그동안 민원 문의가 많이 들어온 사례와 그에 대한 해석, 분쟁 조정 신청 절차 등을 담은 해설서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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