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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섬진강 범람, 규정 따라 댐 방류했다고만 하면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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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북 임실·남원·순창, 전남 곡성·구례·광양 등 섬진강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13일 대전 한국수자원공사를 찾아가 항의했다. 섬진강댐 수위조절 실패와 과다 방류로 인해 최악의 물난리가 났다며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다. 충북 영동·옥천, 충남 금산, 전북 무주 등 금강 용담댐 수계의 군수들도 전날 항의 방문했다. 수해를 입은 지자체들이 일제히 수자원공사의 관리 부실을 성토한 것이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기상청 예보보다 많은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고, 규정대로 실행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수많은 이재민과 재산피해가 났는데, 책임을 집중호우에만 돌리는 격이다.

댐 관리기관인 수자원공사는 예비 방류 등으로 수위를 조절해 홍수에 대비하는 것이 기본 임무다. 그런데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섬진강댐·용담댐에서 초당 최대치를 긴급 방류했다. 이미 물이 불어난 하류에서 역류와 침수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 뻔한데도 댐 안전을 우려해 급히 물을 쏟아낸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기상청 예보보다 상당히 많은 비가 내려 방류량을 늘렸다고 해명했지만, 기상청은 집중호우 단기 예보를 따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공사 측이 7월 말로 장마가 끝날 것이라는 장기 예보만 믿고 수위조절에 방심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큰비가 예보된 상황에서 최고 수위 전까지 방류를 하지 않은 것도 규명돼야 한다.

물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환경부는 비가 극한으로 내린 데다 기상청 예보와 실제가 달랐다고 거듭 설명하는데, 이번 홍수 때 선제 조치가 미흡했던 점이 없었는지 상세히 짚어봐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진 기후변화가 가장 확실한 재난 요인이다. 2030년에는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하늘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예보 탓, 기상이변 탓만 해서는 재해에 대비할 수 없다. 재해 당국은 기후변화에 맞춰 홍수 피해를 방지할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댐 건설·운영부터 하천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재설계해야 한다. 환경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지자체 등으로 나뉜 홍수 관리 시스템도 재점검해야 한다. 물관리와 홍수를 총괄할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바로 물관리 장기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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