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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反시장 고집하면 24번째 부동산 대책 효과도 반감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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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부가 집값 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은 정반대다. 세금 폭탄 등 비용이 증가하면서 거래가 거의 실종되고 알짜 매물은 부르는 게 값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10억원을 넘어섰다. 7년 만에 두 배로 불었다고 한다. 강남구는 평균 매매값이 20억원을 돌파했다. 집값은 풍선처럼 세종시를 비롯한 전국으로 부풀어 오르는 중이다.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원으로 5억원에 육박했다. 1년 전보다 7.7% 오른 수치다. 지난 2년간 상승률이 10.8%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오름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알 수 있다.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감정원 기준으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9주 연속 상승세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집값을 수해가 나면 폭등하는 신선식품 가격에 비유하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언급할 정도다. 시장 전체를 보지 않고 국지적인 현상만 주시하는 단견이다. 이러니 반시장 대책이 활개치고 집값이 거꾸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정부는 어제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서울 36만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127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8·4 대책 이래 잇달아 주택 공급방안을 제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규제 중심의 반시장 정책을 고수한다면 어제 나온 24번째 대책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투기세력만 없애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을 인상해 수요를 막고 국세청과 경찰 등을 동원해 투기꾼들을 잡아낼 심산이다. 이참에 부동산시장 감독기구까지 만들어 매매행위 등을 감시하겠다고 한다. 부동산시장을 적폐로 보는 반시장적 사고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시장은 흐르는 물과 같다. 홍수가 오면 댐의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것이 상식이다. 무리하게 가둬놓으면 자칫 둑이 무너지는 재앙을 부를 수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수요를 차단하면 언젠가 둑이 터져 대혼란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과도하게 규제로 누르면 반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것은 집값 안정이 아니라 ‘시한폭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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