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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임대차법 2주, 전세매물 중랑구 40%·송파구 26%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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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59주째 올라 평균 5억 육박… 세입자 보호한다는 법취지 역행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9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여당은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지난달 31일 전세 계약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전세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임차인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세입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규제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전셋값 상승률이 0.14%를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같은 인기 주거 지역은 물론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셋값이 올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저금리와 실거주 요건 강화, 임대차법 시행 등으로 전세 매물이 부족한 데다 신규 전세 계약도 집주인들이 값을 높여 부르면서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3만1874건으로 지난달 30일보다 18.7% 감소했다. 전세 매물 감소는 서울 25구 전역에서 일어났다. 중랑구(40.3%), 은평구(39.1%), 구로구(31.2%), 강북구(31%) 등 서민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25.7%) 등 강남 지역의 감소 폭도 적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원으로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보다 7303만원(17.1%) 올랐다.

정부·여당이 세입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며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전격 도입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반(半)전세 전환이 늘어나는 등 세입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장 원리는 무시한 채 '서민을 위한다'는 정치적 구호만 앞세워 만든 규제가 정작 서민 세입자들을 힘들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 사라지고 반전세 늘어

바뀐 임대차보호법이 지난달 31일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줄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2주 새 서울 전역에서 전세 매물이 18.7% 감소했다.

이는 임대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실거주를 결정하거나 전세를 반전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달 들어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반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2.5%로 지난달(9.7%)에 비해 3%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는 이달 거래된 전·월세 계약 11건 중 7건이,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는 5건 중 3건이 월세 또는 반전세였다.

기존 임차인이 갱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전세 매물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면적 84㎡(공급 면적 34평형)는 지난 12일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6월에 계약된 최고가(9억원)에 비해 두 달 새 5000만원 올랐다. 13일 발표된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최근 일주일간 상승률은 0.14%로 지난주(0.17%)보다 떨어지기는 했지만 오름세는 계속됐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R&C연구소의 양지영 소장은 "계약갱신 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받아 계약 기간이 연장되는 사람들은 당장 별 영향이 없겠지만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은 최소 수천만원을 더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 꺾여? 민간 통계는 더 올라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다음 날 "서울, 특히 강남 4구의 상승 폭이 축소되고 있으며, 이번 주 통계에서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02%로 전주(0.04%)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0.02% 상승에서 보합(0%)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0.53%로 지난주(0.39%)보다 더 높다. 강남(0.46%), 서초(0.59%), 송파(0.64%) 모두 전주 대비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구는 감정원(0.02%)과 KB(1.05%)의 상승률 차이가 50배가 넘는다. KB 통계 기준으로는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서울 아파트 값 과열이 더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은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매 거래 자체가 급감한 상황"이라며 "특정 통계만 갖고 시장의 방향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시장 방향성에 대한 예단은 이르지만, 적어도 인기 지역 신축 아파트는 규제의 영향을 거의 안 받는 분위기다. 성동구 왕십리 센트라스 전용면적 59㎡(공급면적 24평형)는 '8·4 대책' 이전에 비해 매도 호가(呼價)가 1억원가량 올랐고 송파구 잠실 엘스, 리센츠 등도 호가가 유지되거나 오르고 있다.

◇기재부 차관 "매물 쏟아질 것"… 생계형 사업자 충격 우려

한편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제13차 비상 경제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상반기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이던 갭투자(전세 낀 매매)와 법인을 통한 주택 매입 투기 사례가 확연히 감소하고 있다"며 "강화된 부동산 세제의 영향으로 상당한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지난달 '7·10 대책'을 통해 임대 사업자 자진 말소를 유도하고 법인 보유 부동산에 6%의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면서 적잖은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률적 규제로 생계형 임대 사업자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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