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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미국 독자들에게 ‘위안부’ 역사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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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에밀리 정민 윤 지음, 한유주 옮김/열림원·1만2000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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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정민 윤(사진)은 1991년 한국에서 태어나 2002년 캐나다로 이민을 갔으며 2009년 미국의 대학으로 진학한 뒤 지금까지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가 2018년에 낸 책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은 일본군 ‘위안부’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작품을 중심으로 여성 억압의 역사와 현실을 다룬 시집이다. 시인 자신에 따르면 “‘위안부’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미국에 많이 없다는 것을 알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쓰기 시작한” 시들이다.

“소녀들이 도착했고 아팠고 임신했고 수많은 주사약을/ 맞았고 이름 없는 짐승들이/ 우리를 깔아뭉갠 채 폭발했고/ 해방의 날 갑자기/ 말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부엌에선/ 최후의 군인이 네 나라는 해방되었는데/ 내 나라는 불타고 있구나.”(‘증언들: 황금주’ 부분)

전체 4부로 이루어진 이 시집의 제2부 ‘증언’은 그가 책에서 접한 ‘위안부’ 피해자 일곱 사람의 증언을 재구성한 장시 ‘증언들’로 되어 있다. 원서에서도 그렇고 번역 시집에서도 이 2부는, 세월호를 다룬 시 ‘뉴스’와 함께, 책을 오른쪽으로 90도 돌려서 읽도록 편집되었다. 증언자의 침묵 속에 생략된 무수한 언어들을 상징하는 빈 칸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의 크기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자랄 때 어린 나이에도 글쓰기를 좋아했고 특히 소설을 많이 썼다는 시인은 영어라는 낯선 언어의 땅에서 적응하느라 의도치 않게 과묵한 사람으로 살았지만, 시를 쓰면서 자유로워졌노라고 밝혔다. 이 시집을 한국어로 옮긴 소설가 한유주와 나눈 질의응답에서 그는 “시에서는 문법, 문장 구조, 단어 선택 등이 자유로운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영어로 글을 쓰면서 (…) 한국어와 더 친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시집에는 한국어 ‘차다’ ‘세월’ ‘갈치’(칼치) 등이 발음대로 표기되기도 하고, ‘쉽게 씌어진 시’라는 작품은 같은 제목을 지닌 윤동주의 시를 패러디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시인은 13일 낮 영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증언을 토대로 시를 쓰는 일은 콜라주라는 미술 기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며 “시 속의 빈 칸들은 증언자의 떨림과 말 더듬기 그리고 그 증언을 바탕으로 시를 쓴 나의 떨림과 불편함을 나타내려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열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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