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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경계인, 그 ‘다름’의 풍성함을 알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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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

이길보라 지음/문학동네·1만3500원


한겨레

“여성이자 장애인 자녀로 자라온 내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언어와 감수성을 벼리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이길보라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장애인인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수어를 말로 옮겼다. 통역사 역할을 한 그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딱한 아이”라는 동정 어린 시선을 받고 자랐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부모가 들을 수 없는 장애인 차별과 혐오의 말들을 들어야 했다.

냉혹한 사회에서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가 알려준 삶의 철학 덕분이다. 어디든지 직접 가보고 만져보고 몸으로 부딪쳐 배우라는 것.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시아 8개국 배낭여행을 떠나고 돌아온 뒤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영상 제작 등 자기만의 방법으로 공부를 했다. 부모는 언제나 그의 선택을 믿고 지지했다. “보라야. 괜찮아. 경험.”

그는 2017년에 새로운 배움의 현장으로 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필름아카데미. 그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노브라에 노메이크업으로 학교에 가도 아무도 외모 지적을 하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다양한 시도”들을 보았다. “경계인으로 살아온 경험이 예술가로서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는 그 ‘다름’이 지닌 풍성함을 알고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배우는 과정을 에세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에 밀도 깊게 담았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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