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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기고]소외된 문학분야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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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문학평론가] 재난이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어쩌면 재난 그 자체가 아니라 재난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헐벗은 내면을 마주하는 데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의 이면에서 사람들 사이에 은밀히 번져가는 혐오의 바이러스 또한 그렇다. 재난의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지 않고 조금은 태만하였다 하더라도 불운한 개인이나 소수자 집단에게 책임을 돌리는 상황은 오히려 사태의 진정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서 서로의 혐오를 강화시킨다.

문학이 사회 공동체에 호명되는 것은 이 지점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너무 자주 인용되어 버린,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주제처럼 심각한 재난상황에서 인간의 선의를 바탕으로 구성원 사이의 연대를 복원하는 일이 그러할 것이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을 위무하기 위해 다수의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에 작품을 기고하고 이를 매개로 여러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학장의 노력과 달리 문학이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할 정부의 노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작가들의 강연 및 행사, 창작물의 출간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시행한 ‘코로나 19 문학분야 피해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작가들의 65%이상이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70% 정도가 생계에 곤란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예술 생태계 정상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편성한 3차 추가경정예산 1569억 원에서 문학 분야에 직접적으로 배정된 예산은 총예산의 1%도 되지 않는다. 지역의 문학관이 소장하는 유물을 디지털화하는 비용 14억 원이 그 전부이다. 완전히 동일한 평면에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할지라도 시각예술 분야의 공공미술프로젝트에 719억 원의 예산이 배정된 것이나 공연예술계 일자리 사업을 위해 배정된 319억 원의 예산에 비하면 어느 모로 보아도 터무니없이 부당하게 책정된 것임은 분명하다.

이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 고른 지원을 의무로 하는 문예위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문예위가 추가로 편성한 기금 351억5000만 원의 세부내역도 공연예술과 시각예술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문학은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에 다른 예술분야들과 함께 곁다리처럼 소규모로 편성되어 있을 뿐이다. 다른 예술 분야들이 지원된 예산의 적정성 여부를 논할 때 문학 분야는 지원의 존부 여부를 다투고 있는 씁쓸한 현실이다.

그 동안 문학은 “혼자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모두와 함께 걷는 길”(안주철, ‘달콤한 우리’)을 걸어 왔다. 역사를 통해 구성원 사이에서 벌어진 혐오와 적대에 기인한 수많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학이 형성한 정서의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우애의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정부와 지자체, 문예위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지금이라도 당장 검토해야 할 것은 창작과 생계에 곤란을 느끼는 작가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대책마련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안정된 창작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제시해야 한다. 사회가 입은 가시적인 피해는 비교적 복원이 용이하지만 혐오와 적대의 내면화라는 정서적 피해는 복원이 난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문학의 일이다.

이데일리

김대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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