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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경찰에 끌려가면서도, 벨라루스 시민들은 고려인의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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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3세 가수 빅토르 최의 '변화' 합창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에서 대선 불복 시위를 벌어는 시민들이 러시아의 고려인 3세 가수 빅토르 최(1962~1990)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조선일보

러시아의 최고 인기 록가수였던 빅토르 최/모스크바타임스


13일(현지 시각)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수도 민스크를 비롯한 벨라루스 주요 도시에서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빅토르 최의 대표곡인 ‘변화(Khochu Peremen)’를 저항을 상징하는 노래로 삼아 합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어 제목으로는 ‘변화를 원한다(I want changes)’로 불리는 이 노래는 1986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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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빅토르 최의 모습/위키피디아


빅토르 최는 옛 소련의 전설적인 가수다. 1962년 고려인 2세였던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록그룹 키노(KINO)를 결성해 리더로 활동했다. ‘러시아의 문화 대통령’으로 군림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1990년 만 28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함경북도 성진 출신으로 일제 초기에 러시아로 이주한 사람이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가 러시아인으로서 최초로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을 따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빅토르 최의 혼을 안고 달린 빅토르 안이 승리를 거뒀다”는 축전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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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러시아에서 발행된 빅토르 최의 기념 우표/위키피디아


빅토르 최와 키노의 대표곡인 ‘변화’는 옛 소련 연방 국가에서 민주화를 상징하는 노래로 받아들여지면서 반정부 시위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12일 민스크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에서 어김없이 ‘변화’가 울려퍼지자 경찰이 노래를 튼 DJ를 체포해 끌고 가버렸고, 현장에서는 반주 없이 시위대가 이 노래를 불렀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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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대선 불복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AFP 연합뉴스


벨라루스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이유는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며 26년째 집권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80%를 득표해 압승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거센 저항을 불렀기 때문이다. 루카셴코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체감 여론과 정반대인 대선 결과가 나오자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며 루카셴코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매일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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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시위대를 경찰이 연행하는 장면/EPA 연합뉴스


대선 당일 저녁부터 매일 벌어지고 있는 이번 대선 불복 시위 과정에서 모두 7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비민주적인 통치 행위를 하고 있다며 루카셴코와 주변 인물들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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