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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영화 ‘강철비2: 정상 회담’ 실제만큼 스펙터클한 잠수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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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정상 회담: 스틸 레인3’이 원작인 영화 ‘강철비2: 정상 회담’은 북핵 폐기를 위한 남북미 정상 회담 중 발생한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강철비’ 1편에서 우정을 나눴던 정우성, 곽도원이 이번엔 대척점에 섰다. 북한 지도자 역의 유연석은 강렬한 캐릭터 변신을 알렸고, 핵잠수함의 부함장 신정근은 개성 있고 중량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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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국가로 급부상하면서 심화된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에 휘말린 한반도. 북미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북한 최고 지도자 ‘조선사(유연석)’ 위원장,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간 남북미 정상 회담이 북한 원산에서 열린다. 평화 협정과 북미 수교, 개혁, 개방과 경제 발전이라는 온건파의 길을 가려는 북 위원장과 남북을 무시한 채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는 미국 대통령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평화 협정과 핵 포기, 북미 수교에 반발하는 북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의 쿠데타가 터진다. 납치된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히고,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던 정상들은 참모도 통역도 없이, 누울 자리조차 없는 좁은 함장실에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정상 회담을 시작한다.

남북미 정상이 억류된 함장실을 중심으로 양분된 잠수함 내 구조는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를 연상시키고, 심해에서의 수압은 마치 한반도를 짓누르고 있는 열강들의 압력처럼 느껴진다. 남북미 평화 회담을 위해 노력하는 한경재 역의 정우성은 양 극단의 북한과 미국 정상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하느라 애쓰는 젊은 대통령을 연기했다. 특히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입에 달고 소리를 질러 대는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앵거스 맥페이든이 북한 지도자를 함부로 대할 때 순간적으로 스치는 정우성의 비감 어린 눈빛은 무력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흡입력 있다. 북 지도자 전용 올백 헤어스타일과 북한말로 스크린에 등장하자마자 놀라움을 자아낸 유연석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 주었다. 한편 곽도원은 핵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강경파 박진우를 단순한 악역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조국의 미래를 이끌려는 광기 어린 캐릭터로 소화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강철비2’의 숨겨진 강자는 핵잠수함 ‘백두호’의 부함장 ‘장기석’ 역의 신정근이다. 양우석 감독이 “장님 검객과 같은 캐릭터”라고 설명한 바. 이미 영화 ‘대장 김창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호텔 델루나’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는 한때 총사령관급이었지만 당의 결정에 반대해 부함장으로 강등된 잠수함 전투의 북한 최고 전략가를 맡았다. 평범한 훈련인 줄 알았던 잠수함 출정이 세 정상을 납치한 쿠데타임을 알게 된 장기석. 신정근은 강단 있는 목소리, 쿠데타 세력의 요구가 진정으로 조국을 위하는 것인지의 고민, 잠수함과 부하들을 아끼는 진심까지 다채로운 감정으로 표현해 영화가 끝날 때 가장 뇌리에 남게 만든다.

북핵과 잠수함전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관객들에게 가깝게 느끼게 한 것은 바로 극중 잠수함전.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을 갖춘 핵잠수함 ‘백두호’가 보여 주는 수중 액션은 육지전만큼이나 다이내믹하다. 잠수함이 어뢰 공격을 회피하는 ‘기만 어뢰’ 전술, 소노부이(음파 탐지 부표), 능동소나(음파 레이더), 폭뢰 등 잠수함전에서 실제 사용되는 다양한 장치들이 동원됐으며, 실제로 잠수함에 실제 납품하는 진해의 군수 공장에서 잠수함 내 장치들을 주문, 제작했다. 특히 촬영 기간 내내 촬영장에서 일일이 감수를 맡은 전 해군 잠수함장이 실제 같다고 평한 잠수함 내 공간과 수중 어뢰 폭발 신은 눈여겨볼 것. 영화는 각국이 보여 주는 정치 스릴러와 수중 잠수함전의 액션이 주는 스펙터클함, 어렵다고 외면했던 ‘북핵 문제’를 영화의 오락적 재미와 버무려 보여 준다. 러닝 타임 131분.

[글 최재민 사진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 롯데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2호 (20.08.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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