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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애니멀 테라피-동물을 만나 보기를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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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는 본디 녹록지 않다. 팬데믹에 본격 더위까지 가중된 작금은 지치고 우울한 마음을 회복할 비방이 한층 시급하다. ‘애니멀 테라피Animal Theraphy’ 어떨까. 거창하지 않냐고?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강아지 뒷모습을 떠올려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 나왔다면, 애니멀 테라피를 경험한 것이다. 동물들은 그저 존재하는 자체로도 치유를 일으키는 진정한 ‘화타’니까.

시티라이프

동물이 사람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반려견과 날마다 산책하다 보니 저절로 체중 관리가 되었다든가 반려묘의 간접 흡연이 걱정돼 금연을 시작했다든가 하는 간증도 종종 듣는다. 질병에 걸릴 위험을 낮추는 데도 그들의 역할은 상당하다. 개를 키우는 노인은 키우지 않는 노인에 비해 병원 방문 빈도가 21% 낮다고 한다. 이 밖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압과 스트레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관절 질환이나 꽃가루 알레르기, 불면증 같은 문제를 덜 겪는다. 이 정도로도 놀라운데 동물은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까지 손을 뻗친다. 우울증, 간 질환, 심근경색, 자폐증, 치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발달 장애 등의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위력을 발휘하는 것. 이를 ‘애니멀 테라피’ 혹은 ‘동물 매개 치료’라 하고, 개, 고양이, 토끼, 말, 돌고래, 새, 기니피그 등 사람과 감성적 교류가 가능한 여러 동물이 테라피스트로 활동 중이다.

외국에서는 농장과 목장 등에서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생태 동물원’도 성인에게 큰 인기를 끈다. 그저 벤치에 앉아 기린, 사자, 코끼리 등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내려가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사실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먼 데서 찾을 것도 없다. 내 엄마는 치매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 그런 엄마에게 수리의 존재는 실로 엄청나다. 무표정하던 엄마는 수리가 등을 바닥에 비비며 뒹굴기만 해도 웃음을 터뜨린다. 매일 아침 수리 산책에 따라 나서니 자연스레 운동이 되고, 밥투정 하는 수리를 어르고 달랠 때는 어린 우리를 키우던 젊은 엄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엄마한테만 그런 것도 아니다. 엄마의 일상을 돌보며 2인분의 삶을 사느라 때때로 고단하고 암담해지는 내게도 수리는 큰 위안이다.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함께 울어주거나 따뜻한 말을 건네지도 않지만,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엄마와 나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우울을 걷어낸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동물들이 의사로 제격인 이유가 뭘까. 동물은 생명이 있고 체온이 있고 감정을 표현하고 교류한다는 점에서는 사람 의사와 다를 게 없다. 다만 그들만의 특장점은 분명히 있다. 사람을 볼 때 성별이나 외모, 장애, 경제력을 평가하지 않고, 관계에서 득실을 따지지 않으며, 상대를 비판하거나 질책하지 않고, 신세 한탄이나 후회로 허송세월하지 않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담보로 삼지 않는다. 그들은 오늘, 지금, 이곳, 우리만 바라보고, 망설이지 않으며, 무조건 수용하고, 한결같이 따를 뿐이다. 이런 모습은 보는 이에게 일종의 ‘정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니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치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지 않나.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요즘은 방송사마다 동물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SNS와 동영상 플랫폼에도 동물 콘텐츠가 넘쳐난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운 이때, 고립감과 우울감을 떨치고 내면의 힘을 기를 비방은 하나다. 애니멀 테라피. 앞서 말했듯 전혀 어렵지 않다. 그저 보기만 해도 된다. 내 곁에 없다면 남의 동물로도 가능하다. 텔레비전을 켜거나 휴대폰 앱을 터치하기만 해도 건강하고 행복한 ‘오늘’을 책임질 동물 의사가 대기하고 있다. 치료비는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1호 (20.08.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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