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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캠핑카 디자인-집보다 더 집 같은, 캠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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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더 집 같이 만들자.’ 요즘 캠핑카의 디자인 모토다. 캠핑은 이제 조깅처럼 일반적인 단어가 됐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안전한 놀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가족형 캠핑에 대한 열망은 커져만 간다.

시티라이프

현대자동차에서 지난 7월 출시한 캠핑카 ‘포레스트’. 캠핑과 차박의 인기를 증명하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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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용도 찜찜한 세상에 우리만의 집, 우리만의 공간, 우리만의 잠자리, 우리만의 식사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여기에 야외 여가 생활의 욕구까지 더해지면 캠핑 말고는 별 대안이 없다. 캠핑 문화야 지난 10년 꾸준히 발전하고 그 인구도 늘어 왔지만 지금처럼 간절한 시기는 없었다.

수요가 팽창하면 생산자가 반응하기 마련.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의 약진은 물론이고 캠핑카 업계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실 캠핑카는 일반인이 소유하기엔 버거운 존재였다. 부담되는 가격 때문이다. 고사양 텐트는 수백만 원이면 되는데 캠핑카는 적어도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펜션처럼 숙박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가 흔했다. 들로 산으로 자연을 헤집고 다니라고 만든 캠핑카를 한자리에 붙박아 놓고 대실하는 문화는 참 아이러니하다. 여기까지는! 코로나 이전의 얘기다.

지금,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이 불안의 시대에 캠핑카는 오히려 마음과 지갑을 한꺼번에 열 만한 소비재다. 동남아 리조트를 예약하면서 3~4인 가족이 쓰는 돈은 100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반면 캠핑카는 한 번 사면 적어도 10년을 쓸 테니 오히려 가성비가 높지 않을까? 요즘엔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 이를 빠르게 읽은 대형 브랜드들이 있다. 특히 디자인을 리뉴얼해 새로운 캠핑카를 탄생시킨 현대차의 ‘포레스트Porest’가 대표적이다.

이름은 ‘포터(porter)+레스트(rest)’의 합성어. 포터? 맞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트럭. 포터는 1977년 이후 국내 트럭 업계의 대명사이자 봉고와 더불어 국내 소형 트럭 업계의 선구자이기도 한 역사적 브랜드다. 그런 포터가 패밀리형 캠핑카로 변신한 것이다. 디자인의 방향성은 ‘사용자의 편리함을 극대화한 움직이는 집’이다. 적재함을 카라반으로 덮어 움직이는 집을 디자인했다. 배추와 무를 실어 나르던 공간은 패밀리룸이 됐다. 이렇게 변신한 모델은 1톤 트럭 ‘포터Ⅱ’다. 외관은 심플한 일체형을 추구해 세련된 느낌이다. 운전석은 뒷부분을 뚫어 카라반과 소통할 수 있게 한 점을 제외하면 기존 포터와 거의 같다. 하긴 캠핑카의 핵심은 무엇보다 쾌적한 카라반이니까. 카라반은 차체보다 튀어나온 면적이 크고 지붕 일부가 밖으로 연장돼 공간이 꽤 넉넉하다. 전동으로 스마트룸, 스마트 베드를 만들 수 있는 똑똑한 기능도 있다. 냉장고, 싱크대, 전자레인지 등의 편의 사양을 갖추고 독립형 샤워 부스, 실내 좌변기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사실 차박이 가능한 국내 차량은 의외로 많다. 뒷좌석을 세우고 매트를 사용해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면 된다. 펠리세이드, QM5, 코란도C 등 다양한 SUV 차량이 그렇다. 하지만 가족형으로는 좁고 불편하다. 반면 해외 가족형 모터홈들은 각종 안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포레스트는 국민 브랜드에서 나온 전문 캠핑카라는 면에서 두 가지 문제를 적절히 잡았다. 물론 이번 디자인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소 비싼 가격(2인승 엔트리 4899만 원, 4인승 스탠다드 6430만 원, 디럭스 7706만 원), 기존의 해외 모터홈에 비해 뛰어난 사양인지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다. 대형 브랜드가 캠핑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앞으로 시장의 화력이 엄청 세질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현명한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합리적 가격, 최적의 기능 그리고 확실한 안전성을 갖춘 ‘움직이는 집’이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렇게 머지 않아 시장엔 ‘집보다 더 집 같은 캠핑카’가 디자인될 것이다.

[글 안성현(문화평론가) 사진 현대자동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1호 (20.08.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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