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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슬기로운 재택근무-시간과 공간을 활용하고 혼자 일하기에 익숙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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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에 대한 직장인과 회사의 반응은 여러 가지다. 출퇴근 시간에 쫓길 일이 없어 업무 효율성과 집중도가 증대된 진정한 워라밸이라는 평도 있고, 오히려 화상을 통한 시도 때도 없는 업무 지시와 회의로 ‘집에 갇힌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확산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근무 형태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대안을 넘어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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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대안, 재택근무

코로나19의 영향력은 광범위하고 그 존재는 상시적이 되었다.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배 하에 들었고 팬데믹은 이제 코로나19의 확산과 잠복기, 재확산을 반복하는 엔데믹endemic 시대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은 세상살이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

우리가 무한히 누려 왔던 움직이고, 모이고, 먹고, 놀고,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토론하는 등 ‘함께’의 문화와 놀이는 이제 ‘추억’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될 것 같다. 물론 기적처럼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전 세계인이 감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짧은 시간에 그 결과물이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 일상에서도 꼭 마스크를 써야 하고 거리 두기를 습관처럼 몸이 기억해야 ‘기본 생존’이 보장되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 전반의 변화에 맞물려 당연히 직장 생활도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저녁 회식은 조금 심심한 점심 식사로 대신하고, 대면 회의도 화상 회의로 대체되고 있다. 당연히 아침 9시 전 직원이 사무실로 출근해 복작거리며 일하다 오후 6시면 퇴근하는 근무 형태에도 변화가 왔다. 무엇보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많은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 활성화하면서 직장인에게 새로운 직장 생활의 전형이 생긴 것이다. 이미 판교 주변의 IT 회사나 외국계 회사에서 실행 중이던 재택근무가 이제 전 직장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일주일 내내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2~3일 정도를 집에서 근무하는 형태가 아직은 대부분이다.

이 재택근무에 대한 직장인과 회사의 반응 또한 여러 가지다. 진정한 워라밸이며 출퇴근 시간에 쫓길 일이 없어 업무의 효율성과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평도 있고, 오히려 화상을 통한 시도 때도 없는 업무 지시와 회의로 ‘집에 갇힌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확산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근무 형태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대안을 넘어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취업 포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약 67%가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유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차원이고 또 다른 이유로는 출퇴근 부담감 해소, 편안하고 자유로운 복장을 손꼽았다.

물론 재택근무의 장점이 직장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도 많은 부분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다수의 직장인을 수용할 공간에 드는 임차비 등 고정 비용 감소, 직원에 대한 세밀하고 정확한 개별 평가 가능성, 일정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근무 형태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들고 있다. 당연히 재택근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서버 증설, 거점 공유 오피스 구축, 근태에 치우쳤던 직원 평가의 새로운 기준 마련, 따로 근무하면서 야기되는 협업과 소속감 혹은 리더십 발휘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아직은 재택근무 실행 범위가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과 사무직이 중심인 것도 그 때문이다. 자본이나 인프라의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건설, 제조, 기계, 화학 등 현장성을 강조하는 직장에서는 재택근무의 확산 속도가 더디게 나타난다.

재택근무에서 30여 년의 경험과 결과를 축적한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에 비해 우리의 많은 직장은 재택근무 경험을 통한 수치화된 결과가 없는 실정이다. 해서 일반적으로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도 상존한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생산성 하락 우려’다. 즉, 한 공간에서 여러 부서 일이 공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났을 때 몰입도, 집중도, 협업을 이끌어 내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스럽다.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부서장 통제 아래 일을 진행했다. 서로 알려주거나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아도 김 대리는, 박 차장은, 최 사원은 지금 어떤 일을 진행하는지 전 부서원이 공유했다. 이는 업무의 협업과 일의 순서, 즉 효율성과 생산성에서 장점으로 작용해 왔다고 우리는 믿고 있었다. 해서 재택근무가 ‘집에서 노는 것 아냐?’, ‘개인 일을 보다가 화상 미팅에 참여하는 것 같은데’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재택근무로 인한 생산성 하락에 관해서는 선험적 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무실에서 몰입도가 더 높다’ 역시 선입견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즉, 재택근무는 사무실 환경에 비해 오히려 주변 상황에 대한 관심과 참견 없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몰입도와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들은 출퇴근 시간의 생략으로 업무 끊김이 없는 점, 회사보다는 익숙하고 편한 공간인 집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자유로운 시간 배분이 가능한 점을 증거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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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

‘이제는 ‘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보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더 현실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일 여론 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근로 형태 및 노동 환경 전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넷 중 세 곳이 유연 근무제를 새로 도입하거나 확대했다고 답했다. 유연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중 51.1%는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유연 근무제 방식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유연 근무제 시행이 효율 및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기업은 56.7%였다. 또 기사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마곡 연구 개발 임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주 3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회사로 출근하려면 담당 임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형태의 유연 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SK텔레콤이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업무 인프라 부족으로 집중도와 효율성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에 회사는 서울 종로와 서대문, 경기도 성남시 분당, 판교 등 네 곳에 거점 오피스를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이 거점 오피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해 본사에서 근무하는 것과 동일한 환경이다. 이같이 본사가 아닌 거점 오피스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쿠팡과 롯데쇼핑도 있다.(인용 및 참조-『중앙일보』 7월24일자 ‘해보니 좋구먼… 국내 기업들도 코로나發 재택근무 제도화’)

그렇다면 재택근무에 임하는 직장인의 자세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재택근무를 단순히 ‘편하고 자유로운 근무’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옳지 않다. 재택근무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부재나 생략이 자신을 어필하고 검증하기에는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어떤 장소, 환경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는 직원은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회사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무실 근무 시 매뉴얼이 있듯 지금 다수 회사들은 재택근무에 대한 세세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자유가 또 다른 형태의 구속을 불러오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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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구조 조정의 시발점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벗어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수혜주도 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서버 증대에 필요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력하는 의약품, 바이오 업종은 호황 때의 수치를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부분 기업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기업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현금을 확보하고, 새로운 경영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집약된 키워드가 바로 ‘절감’이다. 이는 비용, 인력, 지출의 절감이다. 비용 절감의 경우 회사의 지출 구조를 들여다보면 과연 어떤 것을 먼저 손을 대야 할지 뻔하게 보인다. 어떤 회사든 고용 비용이 절대적 수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복사 용지, 수도 값, 전기 값, 냉난방비, 회사 차량 감축 등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에는 한계가 있다. 이 모든 지출 경비의 교집합이 바로 인력이다. 직원이 많을수록 회사의 고정 비용은 증대한다. 월급을 비롯한 퇴직금 충당 비용, 사무실 공간 확보, 직원 개개인에 대한 복지 혜택 등을 감안할 때 고용 비용은 직원 숫자와 비례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본사보다는 자회사, 원청보다는 하청과 파견 인력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언택트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전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의 지속성, 생산성, 효율성이 유지되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지만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이 새로운 근무 형태가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결론으로 가고 있다. 이는 회사라는 조직을 움직이는 최소 인원에 대한 검증과도 직결된다. 즉, 10명의 부서원 중 70%만 출근해도 업무의 연속성, 현장성, 시의성을 비롯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처하는 적응력에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구조 조정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는 요소다.

더구나 재택근무가 직장인에게 ‘꿈의 근무 형태’인 것만도 아니다. 평소 7시 일어나 출근 준비하고 1시간 동안 지하철에 시달리며 9시까지 출근했던 데 비해 8시30분에 일어나 9시에 노트북 앞에 앉으면 되는 재택근무는 편안함 그 자체다. 또 전체 화상 미팅, 업무 지시와 보고, 별도 개별 체크를 하고 오후 6시에 전체 화상 회의로 업무를 마감하는 재택근무는 근무자에게 자유 시간을 선사한다. 틈틈이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할 수도, 담배를 피울 수도, 커피를 내리고, 또 다른 컴퓨터로 주식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메신저를 주고받을 수도 있고, 심지어 외식을 하거나 쇼핑, 산책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자유에는 분명 대가가 있다. 그것은 개인별 업무 검증이 더 세밀하게, 날카롭게 그리고 1:1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사무실에서의 업무는 분명 구속력이 있지만 ‘성실’을 가장하거나 위장할 수도 있다. 출근해 업무 시간 내내 노트북이나 서류 뭉치와 씨름하고 다른 부서와 회의를 하는 모습에서 상사는 그 직원이 내는 업무의 결과와는 관계없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상사와 1:1로 업무를 지시 받고, 결과를 보고하고, 업무를 평가 받는 시스템이다. 물론 저평가된 직장인이 상사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근태 성적을 제외한 ‘결과와 성과’만이 기준이 되는 평가가 기다릴 것이다. 이제 보고서 돌려 막기,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회전문식 업무 보고 등은 상사의 눈에 정확하게 딱 걸리게 된다. 누군가 대신하거나, 동료나 후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 된 것이다. 회사와 상사는 이제 최종 성과만으로 등수를 매기고 능력을 평가한다.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모습, 일테면 파이팅 넘치는 자세, 분위기 메이커, 아부의 스킬로 부장에게 어필하는 등의 처세 항목은 사라지고 오로지 ‘능력’의 인사 평가만 존재하는 냉정한 시스템이 된 것이다.

결과의 수치화에 저항 혹은 반격할 무기를 가진 직장인은 없다. 오직 성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사무실이 아닌 재택근무, 바뀌는 것은 딱 하나뿐이다. 냉혹한 구조 조정의 칼날을 버텨 낼 치열한 전쟁터가 사무실에서 집으로 옮겨졌을 뿐이며, 믿을 것은 오로지 ‘나의 능력’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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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업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막상 재택근무자가 되고 보니 “사무실에서 일할 때가 좋았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사무실 근무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새벽에 나올 필요도 없고 밤늦게까지 업무를 할 필요도 없다. 요즘처럼 근로자의 권리가 중요시되고 주 52시간 근무 체계가 자리 잡는 시대에 말이다. 생각해 보자. 재택근무라고 업무가 끝나지 않았거나 결과 보고를 마치지 않았는데 오후 6시에 노트북 전원을 끄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또 부장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을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그 순간 업무 시작과 종료 타이밍은 사라진다. 물론 급하고 중요한 일로 부장의 호출을 받고 늦은 시각에 노트북 앞에 앉을 수도 있지만, 상사의 시선 스트레스를 의식하게 되면 본인 스스로 24시간 업무 체제로 돌입할 수 있는 것이 재택근무의 맹점이다. 외국의 모 회사에서는 재택근무자의 노트북 화면에서 커서가 일정 시간 움직이지 않는 것도 체크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성과에 대한 압박, 상사의 시선과 평판 스트레스를 느끼는 직원들은 평소 사무실 근무에서도 우수한 직장인이다. 사무실에서도 불성실한 직원이 노트북 앞에서 없던 능력과 성실성을 발휘하리라는 기대감은 없다. 하지만 ‘우수하고 성실한 직장인’들은 업무 태도 대신 결과와 성과만으로 검증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평소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업무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사무실에서 일 잘하고 마무리 깔끔한 직원에게 일이 더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이처럼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재택근무로는 성과를 유지할 수 없다. 이를 탈피할 방법은 자신만의 가장 효율적인 재택근무 패턴을 만드는 것이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 아침에도 출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8시 50분에 일어나 눈 비비고 상의만 걸친 채 노트북 앞에 앉거나, 화상 카메라 각도에서 벗어나는 순간 ‘지금은 업무시간’이라는 엄중함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평생 집에서 일하는 작가들 역시 자신만의 업무 시간, 즉 글 쓰는 시간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그 집필 시간이 새벽이나 늦은 밤이 될 수도 있지만,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 3시간에서 많으면 6시간까지 글 쓰기에 몰두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작품 구상이 끝나 집필을 시작하면 매일 일에 매달렸고,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매일 아침 부터 5~6시간 동안 글쓰기에 몰두했다. 이러한 창작 행위도 스스로가 정한 ‘강제 시간’이 있는데 하물며 재택근무에서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별도로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업무, 집안일, 개인 일이 몽땅 뒤섞여 그 어떤 것도 개운치 않은 결과를 낸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사와 직접 대면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거라는 착각이다. ‘오늘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직접 만나지도 않는데 내일 적당히 화상으로 보고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직장인은 자신이 파놓은 함정, 즉 ‘게으르고, 요령 피고, 적당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평가에 처하게 된다. 이 위험을 피하는 시작은 아침 출근 시간에 들이는 시간의 절반만이라도 노트북 앞에 앉는 데 쓰는 것이다. 세수하고, 옷을 단정히 입는 등 마치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처럼, 비록 안방에서 노트북이 있는 거실까지 불과 열 걸음을 걷는다 해도. 이런 행동은 일종의 자기 최면이다. ‘이제부터 일을 시작한다’는 공식적인 업무 재개 알림이며, 화상으로 만나는 상사나 부서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또 그렇게 해야 집에 있는 식구들도 일정한 시간 동안 혹은 업무에 몰입하는 순간, ‘남편이, 아빠가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그 시간을 존중하게 된다. 구분 없는 일과 휴식은 마치 놀다가 틈틈이 일하는 배짱이 모습과 다름없다.

또 하나 슬기로운 재택근무를 위한 제안은 별도의 공간이다. 안방이나, 거실, 식탁 위 등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물론 집 자체가 별도의 공간을 갖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작은 방이나 공동의 공간이 아닌 격리된 공간을 찾는 것이 좋다. 이는 업무 효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노트북 외에 시야에 들어오는 또 다른 흥미와 유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처럼 재택근무가 마치 휴가지에서 틈내서 일하는 모습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공간, 시간 활용이 재택근무자에게 가장 필요한 체크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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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하는 고립감에 익숙해져야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사색을 위한 산책, 등산, 책 읽기, 영화 관람, 전시회 등등. 하지만 지금은 혼술, 혼밥, 혼박 등 혼자가 익숙한 세상이다. 더군다나 모바일이 소중한 애장품이 된 인터넷 세상에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오히려 넷상에서 사람들은 혼자가 아닌 여럿 혹은 다수의 사람과 같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 게임을 하고,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취미를 공유하고 수백 자의 글을 주고받는다.

그럼에도 세상은 혼자 살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아무리 넷상에서의 연결이지만 그것 역시 ‘함께’의 범주다. 다만 ‘들고 나고 차단하는 자유’가 있을 뿐이다. 재택근무는 또 다른 형태의 ‘혼자 일하기’다.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들고 모여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해 가면서 그것을 친목 혹은 알아 가는 과정이라고 여겼던 문화와는 다른 것이다. 물론 화상으로 수십 명과 만날 수도 있지만 결국은 혼자서 결과를 내야 한다. 모르면 물어보고, 사무실에서 눈치껏 일했던 패턴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이 혼자 일하기에 익숙해지기 위한 방법은 공부뿐이다. 그것도 스펙 좋은 노트북 하나로 무장하고 그 무한한 정보의 세계에서 내게 필요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이 혼자 일하기의 맹점은 과정에 대한 리뷰가 없다는 것이다. 사무실에서는 상사와 선배의 지적, 수정, 지시 등의 과정을 통해 오류의 세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혼자 일하기는 점검 과정이 생략된, 혹은 생략을 강요 당하는 냉정한 세계다.

이제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일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예습하고 복습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나에게 배당된 업무를 정확히 숙지하고 그 과정에서 상사에게 몇 번이고 확인해야 한다. 업무와 연관된 정보와 자료 수집, 유사 경우 등을 학습해야 한다. 보고서 양식도 신경 써야 한다. 물론 공통의 양식이 정해져 있겠지만 그 양식 안에서 정보 첨삭을 활용해야 한다.

물론 이런 업무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혼자 일하기의 소외감, 외로움, 고립의 불안감 등을 떨쳐내야 한다. 재택근무의 단점 중 하나는 소속감에 대한 인지 부조화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재택근무자에 대한 배려와 협업을 위해 일주일, 혹은 열흘에 한 번씩 전체 부서원이 모여 서로 업무를 점검하는 ‘정기적인 대면 시간’을 갖고 있다. 이는 성과를 내기 위한 업무의 과정이자 직원들에게 ‘소속감과 함께의 감정’을 확인하는 목적이다.

여기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 리더는 부서원과 1:1 면담과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부서원이 느끼는 고립감, 업무 프로세스 등을 세심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회식이나 생일 파티도 화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제 점점 익숙하지 않은 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 생활은 ‘언택트 시대의 뉴 노멀’이 되었다. 적응 단계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적응 속도에 맞추는 것은 직장인 개개인의 숙제가 되었다. 본격적인 슬기로운 재택근무, 그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나가는 첫 직장인 세대가 바로 당신이다.

[글 박기종(커리어 코칭 칼럼니스트)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1호 (20.08.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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