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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퀴리 부인' 아닌 '마리 퀴리'의 삶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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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뮤지컬 '마리 퀴리'…여성 배우들이 이끄는 여성 서사

티켓파워 지닌 옥주현의 첫 대학로 창작뮤지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9월 27일까지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노컷뉴스

(사진=라이브 제공)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를 볼 이유는 차고 넘친다.

위인전 속 '퀴리 부인'이 아닌 '마리 퀴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여성 뮤지컬배우 중 최고 티켓파워를 지닌 옥주현이 연기하는 마리 퀴리를 볼 기회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뼈대는 폴란드 출신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1867~1934)의 고뇌와 성장이다.

라듐을 발견해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는 라듐의 위해성을 알고 난 후 괴로워한다. 그러나 친구인 안느 코발스키(김히어라)의 격려와 조언 덕분에 위해성을 공개적으로 알린 뒤 다시 연구에 몰두한다. 안느는 라듐시계 공장 직공으로, 동료들의 잇단 죽음에 의문을 품고 진실을 은폐하는 공장에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주목할 점은, 마리 퀴리의 성장을 돕는 안느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김태형 연출가는 최근 프레스콜에서 "주인공이 여성일 경우 조력자는 흔히 남성인데, 뻔한 공식에서 벗어나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서 마리 퀴리와 안느가 연대하는 장면은 단연 빛난다.

파리행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며 힘을 북돋는 장면, 철탑 위에서 안느가 "라듐의 위해성이 밝혀지면 영영 연구를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며 흐느끼는 마리 퀴리를 독려하는 장면의 여운이 특히 오래 간다. 이들 장면의 넘버 '모든 것들의 지도'와 '그댄 내게 별'은 뮤지컬을 보고 난 후에도 흥얼거리게 된다.

무엇보다 옥주현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아이다'로 뮤지컬에 데뷔한 옥주현은 주로 대형극장에서 공연하는 라이선스 작품에 출연해왔다. 대학로 창작뮤지컬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옥주현이 지난 2월 '마리 퀴리' 초연을 관람한 뒤 재연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게 제작사의 전언이다. 옥주현이 합류한 덕분에 공연장 규모가 초연 당시 중소형 극장(충무아트센터 중극장·300석)에서 중대형 극장(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700석)으로 커졌다. '마리 퀴리' 역은 초연 때부터 참여해온 김소향이 번갈아 맡는다.

여성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서사도 근사하고, 옥주현의 쭉쭉 뻗는 가창력도 멋지다. 다만 라듐 중독으로 죽어간 노동자들의 부검 기록을 조작하는 라듐시계 공장의 모습이 100년 후 지금의 모습과 겹쳐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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