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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의협 "시장원리 존중해야"… 정부 "의사 부족, 어제 오늘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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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오른쪽부터),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과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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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14일 전국적 파업 돌입에 앞서 토론회를 개최해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토론회에 총출동한 의협 측 전문가들은 의사가 부족해 지역 공공의료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의협의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지역 공공의료를 살리려면 정부가 병원에 지급하는 건강보험 대가(수가)를 현실화하는 한편, 의사들이 지역에서 근무하고 싶도록 의료기관 내외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의협은 서울 용산구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의대 입학 정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첫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4명)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3.5명)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의사 수가 늘어나는 추세대로라면 2028년이면 현재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고 이후에는 초과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현행 의대 정원을 유지해도 된다는 논리다.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인 의료 소비량을 감안하면 결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마 위원장은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 안에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국가"라면서 "의사가 부족하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역 공공의료를 강화하려면 시장원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됐다. '지역 의무근무 의사'를 늘리는 방식의 정부 정책은 결국 공무원만 양산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현재 의료체계를 지탱하는 민간병원들과 협업하고 의사들이 지역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두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장성인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수가가 낮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효율을 높여야 하니까 인적자원(의사) 투입을 감소시키게 되고 그러면 (외과 등 의대생이) 전공을 기피하는 과가 생기게 된다. 이걸 강제로 배정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의 내용들은 그간의 논리를 반복하면서 "의협과 직접 대화하자"는 주장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학자들과 정부 역시 반대 논리를 꾸준히 주장해왔기 때문에 서로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예컨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렸던 토론회에서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사 임금은 이미 다른 근로자의 5배 수준인데 얼마를 더 줘야 의사가 지역에서 근무하겠느냐"라고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의사를 키워서 비수도권의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찬성파 학자들의 주장이다.

정부도 의대 정원 확대는 되돌릴 수 없는 정책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기자설명회에서 의사들과 논의가 없었다는 의협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 차관은 "이 문제는 어제, 오늘 논의된 내용이 아니다"라면서 "의사를 포함한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간호사ㆍ약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에 대한 수급동향은 정부가 주기적으로 연구해 발표하고 또 해당 지역의 대표들에게도 그러한 내용을 공개해서 같이 공유하고 논의한 바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차관은 또 "저희는 늘 이 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절대적인 의사수가 부족한 여파로 지역에서의 의료인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그 지역에 살고 계신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면서 "오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발자국을 떼어도 적어도 6년 내지 10년 이후에 가시적인 효과들이 나타난다는 한계점을 인식한다면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이런 숙제"라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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