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방역 당국도 한층 강력한 경고음을 냈다. "일촉즉발의 상황", "(이태원 클럽과 쿠팡 물류센터 집단 감염이 있었던) 5~6월보다 우려스럽다"는 등의 진단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의 2단계 상향 조정도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분류했는데 지금까지는 가장 낮은 1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1단계를 규정하는 4개 지표 중 일일 확진자 50명 미만,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비율 5% 미만 등의 조건은 이미 최근 수일새 기준을 넘어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상황이 조금 더 악화하면 수도권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요건이 충족하면 이번 연휴 중이라도 2단계 격상 등 필요한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의 특성상 무증상 환자의 '조용한 전파'로 갑자기 환자가 폭증하는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만 예외가 될 리는 없다. 최근 며칠 간의 무서운 확산세는 이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런데도 광복절인 15일 소규모 집단 감염이 속출하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무려 수십만명이 참가하는 20여건의 집회가 열릴 것이라고 한다. 행사를 계획할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고, 상경 집회가 전염병 전국 확산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큰 만큼 집회 주최 측이 양식 있고 대승적인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서울시와 경찰도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환자가 급증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벌어진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도 걱정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우선인 만큼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위를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선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방역 성공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다수의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경제를 셧다운 하지 않은 것도 'K방역'으로 불리는 방역 덕분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쌓은 공중보건 역량에 의료진과 방역 당국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이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 실내에서는 50명, 실외에서는 100명 이상의 집합ㆍ모임이 금지되고 기업ㆍ공공기관 등의 출근 인원도 제한된다. 각급 학교의 등교 인원이 축소되고, 스포츠 행사는 다시 무관중 경기로 전환되며, 박물관 등 공공 다중시설의 운영도 중단된다. 상황이 더욱 나빠져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까지 올라가면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하면서 경기의 불씨가 완전히 꺼질 수도 있다. 방역이 없으면 경제도 없다. 지치지 말고 코로나19와 끈질기게 싸워야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특히 이번 연휴는 감염병 확산의 결정적 고비이다. 재확산으로 경제활동이 마비되고, 소중한 일상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국민 개개인이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불필요한 모임과 집회를 자제하는 등 다시 한번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줄 것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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