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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쪽방주민 코로나19로 더 덮다…실내에서 야외 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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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폭염 덮친 대구 쪽방촌 르포

"열대야에 선풍기 1대로는 잠 못 이뤄"

코로나로 경로당 등 실내 쉼터가 야외로

"코로나19에 일자리 줄어 생계 걱정이다"

에어컨 쓰게 하는 천사 건물주도 있어

건물주 "이들이 쓴 돈 내가 안 쓰면 돼"

뉴시스

[대구=뉴시스]김정화 기자 = 수은주가 35도를 가리키며 대구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4일 지역 내 쪽방촌에 거주하는 생활인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2020.08.1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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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수은주가 35도를 가리키며 대구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4일 지역 내 쪽방촌에 거주하는 생활인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보통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쪽방의 거주민 대부분은 50대에서 60대 사이지만 최근에는 30대와 40대 등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쪽방촌 거주자는 서구, 동구 등 지역 내에만 700여명이고 그 중 생계 급여 수급자는 200여명이다. 건강보험 체납으로 진료를 못 받는 주민은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쪽방촌 거주자를 돕기 위해 대구에는 서구, 중구 등 2곳의 쪽방 상담소가 운영 중이다.

상담소는 거주민을 대상으로 주거 생활 안정, 노숙화 예방, 사회복지서비스 상담 등을 진행해 쪽방촌 거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설립됐다.

이들은 소형 선풍기, 냉풍기 등 기부받은 물품을 매년 쪽방촌 내 거주민들을 위해 보급하는 지원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일자리 연계를 통해 경제적 자립으로 불안정한 거주지인 '쪽방'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일자리도 많이 줄어…생계 걱정

이날 오후 1시 대구시 서구의 한 쪽방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길어진 장마가 지나간 대구지역 쪽방촌 주민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폭염에 방안 창문과 문을 다 열고 선풍기에 몸을 의지한 채 힘겨운 여름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무더위쉼터도 지난해 대비 적게 운영되거나 폐쇄돼 사람들은 한낮의 한증막과 같은 방을 피해 마당 앞 그늘에 삼삼오오 피신했다.

연신 부채를 부쳐보고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피하는 모습은 한결같이 지쳐 보였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은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19까지 덮쳐 일용직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올해 4년째 이곳에서 사는 김모(55)씨는 "연일 계속되는 더위와 열대야에 선풍기 1대로는 잠을 못 이루겠다"며 "코로나19에 일자리도 많이 줄어 생계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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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김정화 기자 = 수은주가 35도를 가리키며 대구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4일 지역 내 쪽방촌에 거주하는 생활인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2020.08.1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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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배려…전기세 부담 없이 에어컨 이용해"

같은 날 오후 2시 동구 신천동의 한 쪽방촌.

쪽방 건물에 2년째 거주 중인 정모(57)씨는 다 빠진 이와 다리가 불편해 일을 나가기 힘들다.

정씨는 "다행히 건물주가 배려해줘서 전기세 걱정 없이 에어컨 사용해 다행이다"며 "다리가 불편해 일은 나가기 힘들다.구청에서 전화와 방문으로 항상 연락해주며 챙겨준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곳의 건물주는 한사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며 "이들이 여기서 나가면 노숙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건물 유지비만 나오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여기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한다. 무료 또는 물질적으로는 도와주지 못하지만, 전기세, 물세 등을 포함해 건물 유지비만 나오면 되고 이들이 더 쓴 돈은 내가 안 쓰면 된다"고 말했다.

동구는 지역 내 쪽방이 밀집한 신천동 쪽방촌을 방문해 쿨이불, 건강키트 등 폭염취약계층을 위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폭염 대책 현장대응반을 구성해 보건소 보건팀과 연계해 이들의 건강한 여름철 나기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무더위쉼터를 운영하지 못해 야외 쉼터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쪽방 생활인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구청에서 방문 등으로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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