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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연합시론] 국회의원 4연임 제한한다고 정치신뢰 회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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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국회의원 4연임 제한이 정치개혁 입법 의제의 하나로 떠올랐다. 미래통합당이 13일 발표한 정강·정책 개정안에 이를 포함하면서다. 당 정강·정책개정특위는 국회의원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국회의원 4연임 금지 등 정치개혁 과제를 법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위 내 논의는 '동일 지역구 4연임 제한'에 집중된 것처럼 보도된 바 있다. 한 지역구에서 연속 3선 한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서 출마할 수 없게 한다는 뜻이다. 다시 도전하려면 지역구를 옮겨야 한다는 거다. 특위는 그러나, 어제 내놓은 개정안에선 그렇게 특정하지 않았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당내 절차를 밟아 토의한 뒤 결론을 내는 것이 맞는다고 봐서다. 사실 4연임 제한론을 격발한 쪽은 더불어민주당 일각이다. 윤건영 의원이 12일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총선 시 직전까지 세 차례 내리 당선된 사람은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윤 의원 등은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한 국민 신뢰 회복을 제안 이유로 들었다.

국회의원 연임 제한, 그것도 콕 집어서 4연임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 않으냐를 두고선 논란이 많다. 찬반 논거도 선명하게 대비된다. 찬성파는 다선 기득권 축소, 계파정치 완화, 신인 진출 확대 등을 거론한다. 이들은 5년 단임 대통령, 3기만 보장되는 지방자치단체장에 견줘 국회의원 무제한 임기는 '특권적'이라고 본다. 반대파는 입법 사무와 행정부 견제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강조한다. 그 가치와 실익이 기득권 타파 등 찬성파들이 앞세우는 명분과 효능을 압도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과 단체장 등 행정 권력, 즉 집행 권력 독임직의 임기 제한 원칙을 입법부 구성원인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도 짚는다. 유사한 이유로 3년여 전인 2017년 11월 당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추진한 다선 제한 입법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1야당이 정강·정책 개정 과정에서 이 의제를 꺼내고, 슈퍼 여당의 초선 실세 의원이 입법 추진에 앞장서면서 뭔가 다른 양상이 펼쳐지리라는 기대도 퍼지는 듯하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연임 제한 입법은 쉽지 않은 이슈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똑같다. 무엇보다 기득권 줄이기 등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포퓰리즘에 기대어 반(反)정치를 부추긴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온갖 특권을 누리며 오래도 해 먹는 금배지들 퇴출'이라는 인식에 터 잡은 단선적 접근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현역 국회의원에게 부당한 기득권과 특권이 주어져 있다면 그걸 줄이면 될 일이지, 이를 선수(選數)의 문제로 환원하여 다선 제한에서 해답을 찾는 건 어이없다. 국회의원에 대한 낮은 신뢰는 할 일을 않는다는 것에서도 크게 기인할 텐데, 이것 역시 할 일을 하게 만드는 '일하는 국회'법에서 대안을 찾으면 그만일 것이다. 그리고 할 일을 더 많이, 더 능숙하게 하는 쪽은 외려 다선일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물갈이가 잘 되는 국회를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국회가 초선이 많아져 과거보다 나아지고 4선 이상이 많아져 나빠졌다는 평가를 들은 바 없다. 21대 국회 구성을 위한 4·15 총선에서도 초선 당선자 비율은 50.3%로 과반이었다. 4선 이상은 20대 51명에서 33명으로 줄었다. 선거 때만 되면 거세지는 세대교체 주장, 중진 퇴진 압력, 험지 출마 요구는 사실상 연임 제한 효과를 불문율처럼 낸 지 오래다. 그런데 그런 국회도 내내 욕을 먹는다.

세계적으로 멕시코, 필리핀 정도가 연임을 제한하는 국가라고 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국 모두가 연임을 제한하지 않는 덴 대개 비슷한 이유가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선거를 규율하는 선거법에 국회의원 임기 규정을 넣는 게 맞느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회의원 임기는 4년으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42조) 개정 사항이라는 것이다. 꼴 보기 싫은 국회라면 꼴 보기 좋게 만드는 노력을 하는 것이 답이지, 없애는 게 답이 아니듯 다선을 적폐인 양 몰아 배척하려는 시도는 위험하고 부질없는 반정치다. 당내 공정 경선과 중진 출마 제한 등 정당민주주의 강화와 내부 규칙 마련을 통해 대안을 찾는다면야 누가 말리고 말고 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입법으로 다루는 건 부적절하다. 국회의원이 밥값만 잘하면 초선이든 다선이든 관계없이 시민들은 신뢰를 보낼 것이다. 관건은 선수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특권이 줄고 일 잘하고 많이 하는 국회의원을 늘리는 일이며 그런 의원을 잘 뽑을 수 있게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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