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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법정소란’ 권영국 변호사 2심도 무죄... 법원 “헌재는 ‘법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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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형법정주의 엄격해야… 형법 문언 넘는 해석 안돼”1심의 “선고 이후 불만 표출로 봐야” 이유와는 달라
한국일보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및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피해자 지원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권영국(오른쪽 두 번째)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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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반발하며 헌재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영국(57) 변호사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땐 ‘선고가 끝난 이후의 불만 표출’이라는 이유였는데, 이번에는 ‘법원 재판 방해’ 행위를 처벌토록 한 형법 규정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법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무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 이관형 최병률 유석동)는 14일 권 변호사의 법정 소란 사건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14년 12월 19일 헌재가 통진당에 대해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자 헌재 내 대심판정에서 크게 항의하며 소동을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의 재판 또는 국회의 심의를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법정이나 국회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모욕 또는 소동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138조가 적용됐다. 1심은 그러나 “권 변호사가 재판 방해 목적으로 고성을 질렀다기보다는, 헌재의 선고가 끝났다고 보고 강하게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의 결론도 같았다. 다만 판단의 이유는 전혀 달랐다. 재판부는 “형법 138조의 ‘법원’의 범위에 헌재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와 형벌은 미리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서 형법 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만 하고,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피고인한테 불리하도록 확장 해석을 해선 안 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특히 “헌법과 법원조직법을 보면, 헌재는 법원과는 별개의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법원과는 별도로, 헌재 부근에서의 옥외집회 제한 조항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심판기능 보호에 법적 공백이 생겼다 하더라도, 이는 문언의 의미를 넘는 해석이 아니라 법률 개정으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항소심은 ‘2015년 세월호 관련 집회 등에서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했다’는 권 변호사의 또 다른 혐의에 대해선 1심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라는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찰이 피고인을 기소할 때, 범죄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는 식으로 판사에게 선입견을 심어줘선 안 된다는 원칙을 뜻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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