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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눈으로 먹는 예쁜 빙수…79층뷰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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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심동욱 시그니엘 서울 조리기능장이 망고 빙수와 블루베리 빙수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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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날 디저트는 청량감이 있어야 하는데 팥빙수가 제격이죠. 코로나19로 답답한 사람들의 마음을 확 풀어줄 수도 있고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 호텔에서 라운지와 인룸다이닝을 책임지는 심동욱 조리기능장(39)은 팥빙수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호텔 라운지와 객실에서 맛보는 각종 음식과 디저트를 책임지는 심 조리장은 시그니엘 서울에서 팥빙수 기획·개발을 총괄한다. 올해는 망고, 수박, 블루베리 등 3가지 빙수를 선보였다. 다만 긴 장마로 팥빙수 시즌이 늦어진 게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 장마도 끝물이고 날씨도 후덥지근해 팥빙수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에 활력을 주고 싶어 올해 빙수는 색감을 화려하게 만들었어요. 호텔 위상에 걸맞게 독특하고 색다른 빙수를 선보여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프랑스식 수제 셔벗을 넣어 차별화하면서도 과즙 원액을 얼려 천연 색소로 썼죠. 국산 팥도 직접 쑤고요. 바삭하게 씹는 것을 좋아하는 외국인을 위해 약과와 캐러멜피칸 등도 내놓았죠."

빙수를 설명하는 심 조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프랑스 미쉐린 3스타 요리사인 야니크 알레노와 함께 개발해 판매한 '망고 코코넛 빙수'가 인기를 끈 덕분이다. "작년에 3개월 동안 1800그릇을 팔았어요. 외국인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았죠. 롯데월드타워 79층 라운지에서 서울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빙수를 먹는 게 입소문이 난 덕이에요. 속을 파낸 코코넛을 빙수 그릇으로 활용했고, 자칫 텁텁할 수 있는 코코넛에 팥 대신 라임즙과 민트 잎 등을 섞어 풍부하고 상큼한 맛을 냈죠."

매년 색다른 빙수를 만들기 위해 그는 연초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수십 번 레시피를 수정·보완한다. 올해도 30번의 수정 끝에 3종 빙수가 나왔다. 팥빙수에 팥이 없어도 괜찮냐고 물었다. "2017년 시그니엘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살구빙수에도 팥을 넣지 않았어요. 팥빙수에 꼭 팥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재료와 어울리면 넣고 어울리지 않으면 빼죠. 올해 선보인 3가지 빙수는 상큼한 맛을 내기에 밑에 팥을 깔았어요."

원재료의 맛과 향을 살리는 것도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다. "팥을 쑤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다른 향신료를 넣지 않고 팥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너무 달지 않게 설탕 비율을 조절하죠. 망고도 그냥 썰어 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망고 주스를 짜서 그 원액으로 색감이나 맛을 내고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심 조리장은 군 복무 시절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2005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심 조리장은 롯데호텔 서울 피에르가니에르 레스토랑, 롯데호텔 제주 페닌슐라 레스토랑 조리장을 거쳐 2016년부터 시그니엘 서울 조리장으로 일하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 음식에 자신 있다는 그는 2012년 독일에서 열린 IKA 국제요리 올림픽 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 최고 요리 명장이 되는 게 꿈이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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