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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SS업계 "보조금 유지를"…한전 "적자 감당못해"…정부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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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전력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경북 경산에 설치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모습. [사진 제공 =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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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전력이 제공해 온 에너지저장장치(ESS) 특례할인이 올해 말부터 큰 폭으로 축소된다. 전기요금 특례할인은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특정 용도나 특정 대상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인데, 한전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ESS와 관련된 특례할인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울상이다. 관련 정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잇달아 ESS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해당 업계 지원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ESS 사업을 영위하는 B사 관계자는 "ESS 사업을 위해 인력을 확충한 기업만 힘들게 됐다. 영세한 ESS 사업자들은 발붙일 수 없는 생태계가 돼버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 추가로 수백 메가와트급(㎿) 신재생에너지 연계 ESS 사업 확대를 계획했던 B사는 현재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ESS 사업을 위해 필요한 배터리 단가는 그대로인데, 충전율 제한을 비롯한 보조금은 축소됐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기존 ESS 사업을 통해 한 달에 100만원을 벌었다면 내년부터는 15만원밖에 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ESS 생태계 확대와 정상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육성해 왔는데, 아직은 보조금 없이 견디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육성책에 따라 기존에 ESS 사업을 시작한 업체들도 내년부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ESS 화재로 충전율을 낮추며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보조금까지 줄면 그만큼 경제성이 떨어져 ESS 유지·보수에 소홀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ESS 화재와 같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태양광발전을 비롯해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그린뉴딜'로 불리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큰 단점 중 하나인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ESS 업계는 오히려 울상이다.

'친환경'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한 발전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ESS 설치 용량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ESS 산업은 화재 사건 이후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ESS 설치 용량은 2018년 5.6GWh에서 지난해 3.7GWh로 줄었다. 국외 ESS 시장 확대와 대비된다. 연도별 국내 ESS 신규 설치 사업장도 2017년 268개, 2018년 947개로 급격히 늘었다가 지난해 화재 사건 이후 132개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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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연계 ESS 사업자들은 태양광에서 얻은 전력을 팔거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 REC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했다는 증명서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가 있는 발전소에 팔거나 전력거래소를 통해 주식처럼 매매할 수도 있다. 정부는 ESS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연계형 ESS 사업자에 REC 가중치를 5.0 부과해 왔다. REC 가중치 5.0은 기업이 1REC를 생산하면 정부에서 5REC를 생산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해 가중치(5.0)를 6개월 연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 제도가 당초 취지였던 계통 안정 기여도가 낮다고 보고,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중치가 4.0으로 떨어지면 수익이 20% 이상 떨어지게 된다.

한전은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방침으로 ESS 도입이 확산하면서 특례할인 규모도 커졌다. 2017년 100억원대에서 작년에는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폭증했다. 이 같은 금액은 고스란히 한전의 적자 원인이 됐다. 한전은 2019년 영업적자 1조2770억원을 냈다.

ESS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73조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앞당기겠다던 그린뉴딜에서 정작 핵심 인프라스트럭처인 ESS 관련 예산은 빠져 있다.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단지 구축, 태양광 설비 확대 등 내용은 담겨 있지만, ESS 산업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정부의 ESS 산업 대책은 안전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전성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그다음 활성화 제도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원호섭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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